지난해 순이익 17조원, 전년대비 3% 감소
역대 규모 이자수익에도 대손충당금 확대 영향
작년에만 11조원 적립, 1년만에 80% 급증
올해 대출 성장률 대폭 축소, 보수적 '리스크' 관리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지난해 11조원이 넘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5대 금융그룹이 올해도 경제불안을 반영해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간다. 자영업자 이자환급 및 기업금융지원 등 상생금융 비용은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 목표에 맞춰 대출 성장률은 대폭 축소한다. 이에 따라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금리인하 전망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보수적 경영전략은 연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각 그룹사 실적발표를 종합하면 지난해 5대 금융그룹의 순이익은 총 17조2025억원으로 전년 대비 3.19%(5487억원) 감소했다. 그룹별로는 KB금융이 4조6319억원(+11.5%)로 리딩금융 입지를 굳건히 했고 신한금융 4조3680억원(-6.4%), 하나금융 3조4516억원(-3.3%), 우리금융 2조5167억원(-19.9%), NH농협금융 2조2343억원(+0.2%) 순이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4.02.19 peterbreak22@newspim.com |
지난해 은행 이자수익만 41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거둔 5대 금융의 순이익이 오히려 감소한 건 막대한 대손충당금 때문이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과 태영건설발 부동산 파이낸싱 프로젝트(PF) 위기가 겹치며 금융권에서는 앞다퉈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5대 금융그룹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1조949억원으로 전년대비 83.2% 급증했다.
KB금융이 3조790억원(+70.3%)로 가장 많고 신한금융 2조2510억원(+70.8%), NH농협금융 2조1018억원(+168.7%), 우리금융 1조8810억원(+112.4%), 하나금융 1조7150억원(+41.0%) 순이다.
단순수치만 비교해도 대손충당금 규모가 전체 순이익의 60%를 넘어서는 셈이다. 1년전에 비해 두배 이상 충당금을 늘린 그룹이 두 곳이나 있다는 점도 이례적인 일이다.
올해도 이 같은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금융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1% 후반대로 예상하면서 이른바 '보수적 관점에서의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한 올해 성장률은 각각 2.1%와 2.2% 수준이다.
하반기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기대되지만 금융권 대출 확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당국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을 100% 아래로 끌어내린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가계부채비율은 100.8%. 이에 당국에서는 가산금리를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스트레스 DSR' 제도를 다음 달 도입하는 대출 규제 속도를 높인다. 5대 금융 역시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선에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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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성장률 관리와 대손충당금 확대 흐름속에서 이른바 '상생금융' 부담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소상공인 이자환급에만 최소 2조원을 투입한 은행권은 정부가 발표한 76조원 규모 기업금융지원에서도 20조원 이상을 할당받았다. 여기에 각 은행들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연 1조2000억원 규모의 각종 사회공헌사업 역시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자환급 예산이 올해 비용으로 책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25조원 가량의 '상생' 비용이 예정된 셈이다. 아울러 점점 더 확대되는 ESG 투자환경까지 반영하면 더욱 보수적인 경영전략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상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고 하반기에 들어서야 서서히 인하 움직임이 나올 것으로 보이며 그 폭 역시 최대한 보수적으로 설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보다 금리가 낮아지겠지만 당분간 고금리 기조는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계대출은 최대한 억제한다는 게 내부 방침이고 금융당국 역시 반드시 필요한 차주에게 갚을 수 있는만큼만 빌려주라는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성장세가 급작스럽게 꺾이지는 않겠지만 순이익을 반영한 사회공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최대한 보수적인 경영전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