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추면 어디까지 낮출지 심각한 연구 검토 필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대해선 "충분히 균형 잘 고려해 판단해야"
'피의사실공표죄'는 "국민 알권리도 함께 고려돼야"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신정인 기자 = 엄상필 대법관 후보자가 28일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 "정확한 기준을 정할 수 있는가라는 점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 신뢰도 저하 문제와 관련해선 '법관 증원'을 해결책으로 꼽았다.
엄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어린 사람들에 의한 범죄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 형사처벌을 가하는 정도를 높여야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낮추면 어디까지 낮출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엄상필 대법관 후보자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02.28 leehs@newspim.com |
엄 후보자의 답변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엄 후보자의 답변을 들은 신 의원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유엔(UN)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 내용은 12~13세 아동의 전두엽 피질이 아직 발달 중이라, 성숙과 추상적 추론 능력이 여전히 발달 과정에 있어 14세 이상으로 권고한다는 내용이 있다"는 지적했다.
이에 엄 후보자는 "지금 이 정도의 기준을 갖고 있다는 것은 현재로서 다른 특별한 과학적 근거가 더 나오지 않는 이상 유지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다시 답했다.
또 엄 후보자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보험·공제 가입을 조건으로 의료사고에 대한 공소를 제한해,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의 사법부담을 낮추는 내용이다.
엄 후보자는 "이런 방식과 추진에 관해 전혀 이의는 없는 입장"이라고 답했으나, 신 의원이 '입증책임을 환자에게 떠넘긴다는 반발도 있다. 환자 중심에서의 의견은 어떠한가'라고 재차 묻자 엄 후보자는 "충분히 균형을 잘 고려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엄 후보자는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차장 등에 대한 사면에 대해 '법치주의·권력분립 훼손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자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런 사건의 진행 경과가 맞다면 부적절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전날 신숙희 대법관 후보자에 이어 엄 후보자에게도 법원의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엄 후보자도 이날 모두발언에서 "법원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재판 지연의 해소"라고 강조했다.
엄 후보자는 '강규태 전 부장판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을 지연했다'는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일부러 미룬 것인가에 대해서 함부로 말할 수 없고, 동료 법관으로서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라면서도 "선거법의 처리 기한을 최대한 준수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엄 후보자는 간첩 혐의로 재판받던 중 UN에 망명을 신청한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피고인들의 권리 행사를 전부 재판을 지연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 있다"며 "재판부의 개별적 판단이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재판부가 고의에 따른 재판 지연이라고 판단했을 때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응할 수 있는 입법조치가 더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입법조치가)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사법 신뢰도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 사법 신뢰도가 OECD 중 거의 꼴찌 수준"이라며 "재판의 효율성에 대한 평가는 높은데 신뢰도는 낮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엄 후보자는 "개별 사건들에서 국민의 기대와 희망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며 "그래서 법관 증원 문제가 우선적으로 등장했다. 사람(법관)이 많아지면 개별적으로 부담하는 사건 수가 줄어들게 되고, 그러면 조금 더 빨리 (재판을) 진행하면서도 충실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양정숙 개혁신당 의원은 피의사실공표죄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재정신청이나 기소 강제주의를 취하거나,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공표를 금지할 것을 법원에 신청하면 관련 제도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엄 후보자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을 하지만 한편으로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것도 함께 고려돼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 대법관 후보자들은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될 경우 이르면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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