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년간 제약·바이오 투자…"이해도 높아"
이슬람 등 신규시장 개척 자신감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OCI홀딩스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의 이사회 진입을 예고하며 그룹 간 통합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미약품과의 사업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한미약품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종산업 간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것이다.
한미약품 및 OCI 본사 전경 |
7일 업계에 따르면, OCI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는 전날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사건 2차 심문기일의 보조참가인으로 참가해 '한미약품과의 통합 이후 경영 전략만 있을 뿐 전술이 없다'는 취지의 임종윤·종훈 사장 측 주장에 맞서 OCI그룹이 지닌 강점을 나열했다.
우선 "오픈 이노베이션을 기초로 구축한 제약·바이오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미약품의 사업에 협력하겠다"며 "다년간 제약·바이오에 대한 전문적인 투자를 진행하며 착실한 이해도를 구축해 왔다"고 주장했다.
한미약품과의 통합 이전부터 바이오사업에 관심을 보였던 OCI는 이스라엘 소재 암 조기진단 바이오벤처에 100만 달러를 투자했고, OCI의 미국 자회사도 추가 투자에 나섰다. 미국의 에이디셋바이오 지분 또한 확보했으며 국내에서는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에 투자한 바 있다. 2022년에는 부광약품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제약·바이오사업에 뛰어들었다.
해외 사업을 통해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미약품이 글로벌 빅파마와 협력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OCI홀딩스 측 법률대리인은 "OCI는 한미약품을 위한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신약개발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며 "이미 미국과 유럽에 확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현지 법인 설립 등 한미약품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OCI는 유럽 덴마크에 신약 개발 바이오 회사인 콘테라 파마(부광약품 자회사)의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 파견 인력이 아닌 현지 인력을 배치했다. 미국 텍사스에는 중간지주사인 OCI엔터프라이즈 법인을 두고 있다.
OCI홀딩스 측은 "이슬람 등 국내 제약사들이 진출하지 못한 신규시장에 대한 전문성도 확보하고 있어, 한미약품이 말레이시아에 진출할 때 할랄 인증을 받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OCI의 자회사인 부광약품과의 시너지 효과도 자신했다. 부광약품은 최근 대표이사에 한미약품 출신인 우기석 온라인팜(한미그룹 계열사) 대표를 내정하며 한미약품과의 동반 행보를 시사했다.
OCI홀딩스 측은 "한미약품은 OCI의 정밀 제조 기술 노하우를 접목해 CMO(위탁생산),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경쟁력을 강화 가능하다"며 "정밀 제조 기술이 신약 제조사업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미약품과 부광약품의 시너지는 이미 시작됐다"며 "부광약품 새 대표로 한미약품 출신의 우기석 대표를 선임하고, 한미의 비만 프로젝트 신약인 에페글레나타이드 개발에 협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미약품과 부광약품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각각 대사·비만, 면역·표적항암, 희귀질환 분야와 신경계 질환 분야로 달라 불필요한 내부 경쟁 없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OCI홀딩스 측은 "OCI그룹과 한미약품은 이종기업 간 통합이지만 업의 본질은 같다"며 "OCI는 수많은 M&A와 화학적 융합 경험을 기초로 빠른 경영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미약품과 OCI는 인사교류를 통해 통합경영의 첫발을 뗐다. 부광약품은 오는 22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와 이제영 OCI홀딩스 전략기획실 전무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OCI홀딩스는 29일 주주총회에서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을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다만 한미약품 장·차남이 OCI와의 통합에 반대하면서 불거진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
임종윤·종훈 사장이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인용 여부와 이달 말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결과가 두 그룹 통합의 최종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