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부터 번호이동 고객에 지원금 확대
신규 가입자 유치 외 장기가입자 혜택 늘릴지 관심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정부가 통신비 인하 정책의 일환으로 휴대전화 단말기 공시지원금 확대, 번호이동 시 지원금 확대를 추진하면서 이동통신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5세대이동통신(5G) 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성장세 둔화에 접어든 상황에서 새로운 단말기가 출시될 경우 번호이동 가입자가 크게 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플라자 광화문중앙점에서 갤럭시 S24 사전 구매고객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6일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서는 번호이동 시 지원금을 더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단통법의 시행으로 그동안 이동통신사를 옮기는 번호이동과 이통사 내에서 기기를 바꾸는 기기변경에 대해 차별적으로 지원금을 적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이통사 변경 시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할 수 있다. 개정안은 오는 14일부터 시행된다.
이통사들은 고객잡기에 고심에 빠졌다. 번호이동 지원금 확대로 타 이통사 고객을 끌어오기는 쉬워졌지만 현재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기존 고객이 이통사를 이동하기도 쉬워졌다.
특히 장기가입자의 경우 그동안 멤버십 혜택이나 데이터 추가 제공 쿠폰 외에는 별다른 추가 혜택이 없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실제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장기가입자를 대상으로 데이터 쿠폰 등을 지급해오고 있다.
이통사 입장에서 장기가입자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은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낮기 때문이다. 장기가입자의 경우 휴대전화 외에도 인터넷, IPTV 등 결합상품 할인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아 ARPU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다.
하지만 장기가입자 입장에서는 번호이동 지원금 확대를 통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기존 단통법 체제에서는 번호이동을 해도 별다른 혜택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이통사를 유지하는 것보다 지원금을 더 받을 수 있는 길이 생긴 것이다.
반대로 이통사 입장에서는 번호이동 고객을 위한 지원금과 기존 가입자 유지를 위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게 됐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략 단말기나 차세대 서비스를 개시할 때 앞으로 번호이동 가입자 수가 급증할 수 있다"며 "10년 전 월 100만명까지 발생했던 번호이동 건수는 최근에는 30만~40만명으로 줄었다. 올해 말부터 타사 우량 가입자 유치를 위한 시장 과열이 간헐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장기가입자보다 약정이 끝나가는 가입자의 경우 번호이동 지원금 확대가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최근 신규 단말기 출시 때까지 번호이동이 힘을 발휘하지 않았다. 이통사들 입장에서 가입자 뺏기 전쟁이 일어난다면 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재투자가 어려워지고 전체 시장까지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통법 체제 하에서 수익을 내는 방법을 학습한 이통 3사가 번호이동 지원금이 늘었다고 해서 출혈 경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통 3사는 최근 3년 연속 합산 영업이익 4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호실적을 기록 중이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도 "기존에 수익을 내는 방법을 익혀온 이통사들이 번호이동 지원금이 늘어났다고 해서 출혈 경쟁을 할지는 미지수"라면서도 "한 회사가 잠재적인 룰을 깨고 프로모션 비용을 지불하기 시작한다면 판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계속해서 현 체제가 유지되지 않을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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