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양회와 군사박물관서
'다모클레스의 검' 전쟁위험 경고
강군이 평화수호 선결조건
군사지출 310조원 한국 예산 절반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정권은 총구에서 나온다.'
마오쩌둥은 중국 국공합작 결렬 후인 1927년 8월, 공산당이 대륙의 패권을 잡기 위해선 무장 투쟁에 돌입해야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쟁의 중요성을 강조한 마오쩌둥의 이 주장은 공산 혁명의 주요 사상으로 굳어졌다. 공산당은 군대의 무장 투쟁으로 세를 불리며 중국 대륙에 공산 정권을 세우는데 성공했다. 대륙의 주인이 된 공산당은 이젠 미국과 글로벌 영향력을 놓고 패권을 겨루는 나라가 됐다. 세계 패권 역시 강한 군대로 결정된다는 점을 알기에 중국 공산당은 경제 번영의 많은 역량을 군사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2023년 말 찾은 베이징 서쪽 하이덴구의 '인민혁명 군사박물관'. 이곳에 가면 중국의 강군 무장에 대한 비전과 군사력 팽창의 야심을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다. 중국 강군 행보는 2012년 가을(18차 당대회) 시진핑 집권 이후 한층 속도가 빨라졌다. 박물관 1층엔 미국 F22 대응용 '젠20(섬멸)' 스텔스 전투기(2016년 공개), 독자 기술로 2017년 첫 진수시킨 항공모함 '산둥함' 모형을 전시해놨다. 미국에 비해 절대 열세인 해군과 공군 위주의 국방력 강화에 대한 의지와 열망이 읽혀진다.
'비오기 전에 창문을 수리한다(未雨绸缪). 편안할 때 위험을 경계한다(居安思危).'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의 연설에 한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말이다. 공산당은 어떤 시기든 한시라도 위기의식을 늦추지 않는다. 맑은 날에 폭우를 생각해 창문을 손질하고 평화시기에도 늘 전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다모클레스의 검' 시진핑 전쟁 위험 경고
과기 우주 군사굴기 미추격 전면전 돌입
'전쟁이라는 다모클레스의 검(머리카락에 매달린 날 선 칼이 목위로 떨어질 듯한 일촉즉발의 위험)이 인류의 목 위에 걸려있다.' 군사박물관 게시물에서 '신시대'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국방력을 강화해야하는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역설하고 있다. 강한 군대야말로 평화와 국가 안전을 수호하고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얘기다.
시진핑 주석은 2024년 3월 양회 무대에서도 군사 투쟁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특히 AI와 사이버 우주항공 등 신흥 전략산업 분야와 연계해 첨단 국방역량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3월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행한 정부업무보고에서 2024년 국방 예산을 1조7600억위안(309조 6천억원)으로 7.2% 증액한다고 밝혔다. 한국 전체 국가예산(656조 6천억원)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중국 국방 예산 증가폭은 2021년 6.8%에서 계속 늘어났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의 국방 지출이 경쟁 대상인 미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크게 뒤쳐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 군사분야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의 전체 군비 지출은 미국 국방 예산의 40%에 못미치고 있다. 같은해 중국의 세계 군사력 순위는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3위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리창 국무원 총리가 2024년 3월 5일 베이징인민대회당 전인대 개막식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리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2024년 중국 국방예산을 7.2% 증액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03.10 chk@newspim.com |
중국의 국방 예산은 미국에 절대 열세인 해군및 공군력을 선진화하는데 집중 투입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해군력에서 현재 미국은 10만톤급 핵추진 항공모함이 11척인데 비해 중국은 일반 항모 3척 뿐이다. 중국은 네번째 항공모함을 핵추진 항모로 건조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중국은 공군 전력에서도 20~30년 격차가 난다고 할 정도로 미국에 크게 밀리고 있다.
중국 최신예 전투기 젠 20도 미국에 비하면 10여년 뒤진다는 평가다. 미국은 전략 폭격기를 158대나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은 마땅한 대응 기종이 없다고 한다. 중국은 우주항공 신흥 전략부문 투입을 늘려 폭격기 공중주유기 등 취약한 공군 전투력을 증강해나간다는 전략이다.
해군및 공군과 달리 육군 전력에서는 중국이 미국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정규병력및 군대와 같은 무장경찰(120만 명)을 합친 중국의 총 병력은 350만 명이다. 중국은 탱크도 6천대로 5천6백대의 미국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연근해와 대만 해협주변, 지상전이 발발할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2035년에 국방 현대화(선진화)를 달성하고, 2050년 까지 군사력에서 세계 최강국이 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2050년, 즉 건국 100주년 무렵에 군사력에서 미국을 따라잡거나 추월한다는 비전이다. 이를 뒷바침하기위해 과기 분야 투입을 대폭 늘리고 있다. 2024년 중국 R&D 과기 예산 증가폭은 국방예산보다 높은 10%에 달했다. 중국은 이미 주요 전략기술에서 한국을 넘어섰다. 2024년 초 한국 과기정통부는 AI 반도체 양자 수소 등 전략 기술 평가에서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앞섰다고 밝힌 바 있다. 모두 군사기술에 응용되는 전략 기술 분야라는 점이 주목된다.
<下편에 계속>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