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주축으로 ICT 수출 증가세 확연
R&D 대폭 삭감에 중소기업 투자 난관
업계의 R&D 추경 목소리 이어지는 상황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1~2년 지나면 달라질 기술 변화에 투자를 할 수도 없고, 대출 자금 줄어들까 적자 사업을 중단할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충남지역 한 ICT 중소기업 임원의 하소연이다. 스마트폰의 전자부품을 생산하지만 그나마 제품을 받아주는 중국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수출을 이어가고 있어서 매출은 늘긴 했지만 오히려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다.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속을 곪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상위 기업의 트렌드에 맞춰 적절히 연구·개발(R&D) 보폭을 맞추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적자 사업을 여전히 끌어안고 가야 하는 사정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2024년 2월 정보통신산업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ICT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29.1% 증가한 165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반도체는 99억6000만달러(62.9%↑)를 기록했다. 4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이 반도체 수요 증가를 이끌어 메모리(60억8000만달러, 108.1%↑)와 시스템(34억2000만달러, 27.2%↑)이 동시 증가했다.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하는 반도체 실적이 늘어나면서 표면적으로는 ICT 제조업 생태계의 부활이 기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속을 들춰보면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일례로 휴대폰은 8억1000만달러(21.3%↓)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의 신제품 출시 효과로 완제품(2억7000만달러, 55.1%↑) 수출은 크게 증가했다. 다만 해외 주요 업체의 부품 수요 부진으로 부분품(5억4000만달러, 36.9%↓)은 감소하며 전체 수출은 줄였다.
문제는 단순 수치보다는 휴대폰 뿐만 아니라 ICT 부품 수출 중소기업들은 R&D 자금난에 허덕인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 R&D 지원 사업을 보더라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 등 20개 사업은 폐지된다. 정부가 R&D 지원금을 절반만 지원하는 등 R&D 협약 변경이 진행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2000억원 가량이 감액 규모다.
중국의 항만[신화사=뉴스핌 특약] |
한 ICT 중소기업 대표는 "중국 기업의 경우, 중국 정부의 R&D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어서 그동안 투자했던 R&D 비용을 보전할 수 있다"며 "결국 중국 기업으로 납품을 할 수 밖에 없고 국내 기업에는 납품을 하는 것 자체가 손해"라고 말했다.
여기에 급변하는 기술 트렌트에 발맞춰 중소기업들이 R&D 투자를 꺼리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1~2년 뒤 기술 트렌드가 바뀌는 분위기에서 공장 라인을 개조하기는 어렵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한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최근들어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사업을 폐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 기업 고위 관계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30억~40억원 매출이 나오는 사업이어서 폐지할 경우, 금융권 대출 규모도 축소될 수 있어 그대로 사업을 끌고 가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7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4월 총선에 앞서 '22대 국회에 바란다' 정책과제를 내놓기도 했다. 산기협은 중소기업의 R&D 연속성 확보를 위한 추경 지원을 호소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