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경제 협력 구체화…2030년까지 1550억달러 투자
참여국 간 시장개방 기대…대형사업 수주 가능성 높아
트럼프, 당선 후 IPEF 폐기 선언…정책 동력 상실 우려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정부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활용해 참여국들과 원전 등 청정에너지 확대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IPEF에는 미국·인도 등을 비롯해 다수의 주요국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청정에너지와 관련한 다양한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올해 치러질 미 대선에서 IPEF의 폐기를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구상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 청정에너지 협력 본격화…1550억달러 투자해 신흥시장 활성화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와 IPEF 참여국들은 청정경제(필라3)에 대한 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해 투자자 포럼·분야별 프로그램 마련 등 다양한 방안들을 추진하고 있다.
IPEF는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 2022년 출범한 경제통상협력체로, 한국을 비롯한 총 1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공급망·청정에너지·디지털 등 역내 새로운 통상 이슈에 대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총 4개 분야 중 공급망(필라2) 협정은 다음달 중 국내 발효를 앞두고 있다. 무역(필라1)을 제외하고 청정경제와 공정경제(필라4)에 대한 협정 체결도 완료된 상황이다. 산업부는 분야별 협상이 중심이었던 지난해를 넘어 올해에는 이미 타결된 협정의 발표와 이행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올해 IPEF의 중점 이슈로는 청정경제 관련 투자 확대가 손꼽힌다. 참여국들은 협정을 통해 청정에너지·재생에너지·탄소 등에 오는 2030년까지 1550억달러의 신규 투자 창출 노력을 약속한 바 있다.
지난 14일 화상으로 개최된 올해 첫 IPEF 장관회의에서도 참여국들은 청정경제의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오는 6월 싱가포르에서 투자자 포럼을 열고 청정경제 인프라 투자 확대를 위해 투자자-프로젝트 매칭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탄소시장 활성화와 청정전기 확대 등 분야별 협력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정부는 IPEF를 활용해 원전 등 청정에너지를 활성화해 나가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앞으로 참여국들 간 155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가 이뤄질 경우 청정에너지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고, 이에 따라 우리 기업에는 신흥시장에서의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원전과 수소 플랜트 등 IPEF 역내에서 추진되는 여러 대형 사업들을 수주할 기회가 창출되는 것이다.
IPEF 청정경제 협정이 원전도 청정에너지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는 만큼 원전에 대한 협력도 기대된다. 정부는 IPEF 진영 내에서 원전시장을 개방해 발전 기술·장비 등의 거래를 활성화하고, 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국내 원전이 보유한 문제점인 사용후핵연료의 처리에 관해서도 참여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 트럼프 당선 시 즉각 폐기 가능성…참여국들 추진동력 상실 우려
청정경제·공정경제 분야의 IPEF 협정은 지난해 11월 타결된 이후 올해 첫 장관회의에서 협력방안을 구체화하는 등 원활히 전개되고 있지만, 다가오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상황이 반전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미 대선은 민주당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 구도로 흐르고 있다. 대선은 오는 11월 치러질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정상회의에 참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정상들과 함께 서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11.17 photo@newspim.com |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환경을 내세우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과 정반대의 기조를 갖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청정에너지 확대를 강조하는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석유와 천연가스를 다시 대거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추진 등 전기차 확대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연차로의 회귀를 주장한다.
청정에너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IPEF에 대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유세 현장에서 "당선 직후 IPEF 협정을 즉각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IPEF 협정이 미국의 일자리 감소를 촉발할 것으로 봤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재임 시절에도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바 있다.
참여국들로서는 IPEF의 주도국인 미국이 협정에서 빠짐으로써 그동안 준비해 왔던 정책과 상호 협력 등에 대한 전반적인 추진 동력을 상실하게 되는 셈이다. 중심축의 부재로 인해 참여국들 간 협력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을 제외한 남은 참여국들 간 협정을 계속 추진해 나갈 수 있지만, 현 IPEF의 14개국 중 미국의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만큼 협정의 강도와 범위가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폐지를 예고한 또 하나의 사안인 IRA의 경우에는 미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해 쉽사리 폐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특히 IRA 관련 사업들이 대부분 공화당 텃밭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어 유지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다만 IPEF는 애초 바이든 정부가 미국 의회를 우회해 추진한 협정인 만큼, 폐기 시에도 의회 동의가 필요치 않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시 즉각 상황이 반전될 공산이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주도국인 미국의 이탈을 대비해 우리나라와 같은 중견국이 역할을 이어받아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여한구 선임위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정치 상황 때문에 IPEF의 큰 잠재력을 실현하지 못하면 안 된다"며 "중견국들은 미국이 IPEF에 깊이 관여할 준비가 될 때를 기다리며 관련 작업을 계속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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