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회 이미지21대표(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
기후가 널뛰고 있다. 봄철 냉해에 여름철 잦은 호우, 일조량 부족으로 사과와 배 값이 두 배 넘게 뛰었다. 예상치 못한 꽃샘추위 탓에 벚꽃 없는 벚꽃 축제까지 등장했다. 기후는 더 이상 잠재 리스크가 아닌 현재 리스크로 우리 발등에 떨어졌다.
그 동안 빅테크들은 AI가 기후위기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해왔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COP28)를 앞두고 'AI를 기후 대응에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최대 10%까지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AI 기술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하고 삼림 벌채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면 아프리카의 가뭄을 예측하고 세계 온실가스 목표량 달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요지였다.
세계 환경단체 연합이 정면 반박에 나섰다. 미국의 환경 단체 '지구의 벗(FOE: Friends of the Earth)', 그린피스 등의 환경 단체 연합은 3월 초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AI가 기후 위기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과대광고" 라며 오히려 "AI기술이 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기후 허위 정보의 확산을 가속화"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결사를 자칭하고 있지만 오히려 기후 악화의 주범이라는 말이다.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
실지로 AI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필요 전력도 증가하고 있다. 동일한 내용의 질문이라도 일반적인 온라인 검색에 비해 AI 프로그램은 4~5배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복잡한 구조 탓에 연산 량이 많기 때문이다.
챗GPT 훈련에만 쓰인 전력량이 1287㎿h, 미국에서 120가구가 1년간 사용하는 량과 맞먹는다. 이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502t. 미국 자동차 110대가 1년에 배출하는 양과 비슷하며 한국인 1인당 탄소 배출량(11.66t)의 43배가 넘는다.
환경단체의 보고서는 "구글이 제시한 감축 량을 달성하려면 세계 각지에 설치된 데이터센터를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려야 하는데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80% 증가하는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 경고했다.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지로 미국은 1월부터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일부 석탄발전소의 재가동을 검토 중이다.
지금 속도로 AI가 발전하면 2027년에는 세계 AI 서버의 전력 소비량이 한 국가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비슷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구글은 하루 최대 90억건의 검색을 처리하는데, 모든 검색에 AI를 적용하게 되면 전력 필요량은 약 29.2TWh, 아일랜드의 연간 전력 소비량에 준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사막화에 취약한 지역을 나타내는 도표. 빨간색이 물 부족으로 인해 사막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다. 아프칸, 이라크, 이란 대부분이 해당된다. [사진=NRC 보고서 캡쳐] 2021.08.18 digibobos@newspim.com |
AI로 인한 전력소비 못지 않게 물 문제도 심각하다.
AI는 수천개의 반도체를 가진 서버로 이뤄진 데이터센터에서 돌아가는 클라우드 컴퓨터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만큼 발열량도 엄청난데 24시간 안정적으로 돌리려면 냉각수가 필수적이다. 이때 부식이나 박테리아 증식 가능성으로 인해 바닷물은 쓰지 못한다. 냉각수는 반드시 깨끗한 담수를 써야 한다.
증가 추세인 AI 데이터센터에 워낙 많은 양의 냉각수를 필요로 하는 만큼 수자원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자연스럽다.
챗GPT의 경우 질문과 답변 25~50개 정도 주고받는 대화 한 번에 물 500㎖가 소요된다. 데이터센터에서 쓰는 냉각수량을 추정한 결과 GPT3를 훈련하는 데만 70만ℓ의 물이 소요되었다. BMW 자동차 370대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물의 양이다.
더 큰 문제는 빅테크 기업들이 내부기밀 노출 우려와 지역 여론 의식 등을 이유로 전력량과 물 소비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지로 빅테크의 물 사용은 어마 무시한 수준이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MS가 사용한 물 소비량은 64억 리터, 올림픽용 수영장 2,500개 이상을 채우는 양이다. 2022년 기준으로 빅테크들의 물 소비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MS가 34%, 구글이 22%, 메타가 3% 등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데이터센터 물 사용을 두고 빅테크와 주민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7월 우루과이에서는 구글이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려다 주민들의 반발로 계획을 축소했다. 당시 우루과이는 이상기후로 인한 최악의 가뭄으로 식수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하루 5000명이 가정에서 쓰는 물의 양을 일일 냉각수로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설립 소식에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결국 구글은 데이터센터의 규모를 줄이며 물러섰다.
미국 서부 일부 지역, 스페인, 칠레,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수요가 커질 것을 대비해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던 곳 다수가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빅테크의 과도한 물 사용이 주민들에게 깨끗한 용수 공급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물 부족 현상에 대해 빅테크도 나름의 대책을 진행 중이다.
메타는 AI 데이터센터의 냉각시스템 효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처리 수 루프'시스템을 적용했다. 차가운 물로 공기를 식힌 다음, 이 공기로 데이터센터 내부 대기를 식히는 방식으로 같은 양의 물로 여러 번 공기를 식힐 수 있어 물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메타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더운 기후 지역에서는 20%, 추운 곳에서는 90% 물 사용량 절감 효과가 있다.
구글은 2021년에 네덜란드 데이터센터에 폐수를 정수한 재생수를 냉각수로 사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4,500만유로(약 645억원)을 투입해 연간 100억 리터의 냉각수를 공급받게 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의 연구진은 '네이처'에 인용한 논문을 통해 "점점 심각해지는 담수 부족 위기, 악화되는 가뭄의 연장, 빠르게 노후화되는 공공 물 인프라 속에서 AI 모델의 공개되지 않은 물 발자국을 밝혀내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시기"임을 강조했다.
AI는 인간에게 많은 혜택과 편리를 제공하지만 못지 않게 엄청난 에너지와 자원을 먹어 치우고 있다. 그리고 AI가 발전할수록 그 속도와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확률이 높다.
세상의 어떤 것도 좋은 면만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어차피 수용할 수 밖는 없는 기술이라면 부작용을 정확히 알고 하루 빨리 위험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나라도 다수의 AI 데이터센터 설립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사용 및 배출량에 대한 투명한 보고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인근 지역의 수자원을 보충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 종합적인 환경 보고와 영향 평가에 대해서도 한층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전기와 물을 두고 AI와 다투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이 대책을 세울 마지만 순간이다.
◇하민회 이미지21대표(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