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문체부 차관, 용인 마성초 늘봄학교 일일교사로 참여
배구스타 최광희·김희진·홍동선이 지도한 배구수업 참관기
[용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늘봄학교에 피어난 마성의 장미'. 임시 제작한 입간판 맨 위를 장식한 문구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다.
25일 경기 용인시 마성초등학교 실내체육관.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아직은 겨울 냉기가 완전히 물러나지 않은 날씨였지만 1학년 아이들의 얼굴은 어느새 빨갛게 익어 있었다.
이날 늘봄학교 체육수업에 참가한 17명의 아이들은 여태 경험해보지 못한 유쾌한 1시간을 보냈다. 체육학 박사이자 역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일일 강사로 나서 아이들의 몸 풀기를 직접 지도하고, 이어진 배구 수업에도 동참했다. 장 차관이 아니고서야 어떤 고위 공직자가 이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말이 주위에서 절로 나왔다.
[용인=뉴스핌] 장환수 기자 =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25일 용인 마성초등학교 늘봄수업에서 1학년 학생에게 배구 공을 쉽게 멀리 던지는 방법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사진= 문체부] 2024.03.25 zangpabo@newspim.com |
장 차관은 선수 시절 얼마나 무거운 역기를 들었냐는 아이들의 질문에 몸무게 30kg인 남자 아이와 26kg인 여자 아이를 앞으로 나오게 한 뒤 "남자 아이 10명과 여자 아이 1명을 합한 무게(인상, 용상 합계)만큼 들어올렸다"는 직관적인 설명으로 좌중을 웃겼다.
배구 수업엔 국가대표 출신 최광희 감독(화성 남양초)과 현역 김희진(IBK기업은행), 홍동선(현대캐피탈)이 선생님으로 참여했다. 한국 배구의 레전드와 슈퍼스타가 출동한 것이다.
이들 중에서도 장 차관의 인기는 단연 최고였다. 아이들은 수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삼삼오오 모여 장 차관을 연호했다. 수업에 참가할 기회를 얻지 못한 학생들은 사인을 받기 위해 체육관에 모여들었다.
[용인=뉴스핌] 장환수 기자= 장미란 차관(오른쪽)과 최광희 감독이 아이들과 공을 주고 받으며 즐겁게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문체부] 2024.03.25 zangpabo@newspim.com |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방과 후 함께 즐긴 체육수업 그 자체였다. 수많은 '어르신' 참관인들 사이에 둘러싸인 아이들은 처음엔 쭈뼛댔지만 수업이 시작되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경쟁과 협력 모드를 발동시키며 스포츠가 선사하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아이들이 즐기는 수업이 가장 좋은 교육이고, 국영수가 아닌 스포츠야 말로 그 촉매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한 하루였다. 마성초 이은정 교장은 "학생들에게 선물같은 하루를 선사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화답했다.
[용인=뉴스핌] 장환수 기자= 경기도용인교육지원청이 제작한 25일 마성초 늘봄학교 입간판. '늘봄학교에 피어난 마성의 장미'란 문구가 눈에 띈다. 2024.03.25 zangpabo@newspim.com |
◆늘봄학교와 문화예술·체육 프로그램
늘봄학교는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학생을 돌봐주는 제도이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를 열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1학기에 초등학교 2700여 곳의 1학년생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2학기에 모든 초등학교에서 전면 실시한다. 내년에는 2학년생까지, 2026년에는 모든 학년을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주관 부처이긴 하지만 예산 편성, 교사 수급, 의료, 건강, 복지, 저출산 해소에서 콘텐츠 제작까지 사실상 모든 정부기관이 공동 참여해야 하는 종합 사업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체육을 담당하는 문체부의 역할은 대단히 크다.
[용인=뉴스핌] 장환수 기자= 25일 용인 마성초등학교에서 열린 늘봄수업. 뒷줄 왼쪽부터 최광희 감독, 김희진, 장미란 차관, 홍동선, 강민정 늘봄학교 교사. 강 교사는 배구 선수 출신으로, 이달부터 근무 중이다. [사진= 문체부] 2024.03.25 zangpabo@newspim.com |
문체부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 예비 학부모를 대상으로 늘봄학교 프로그램 수요를 조사했다. 결과는 체육이 44.9%, 문화·예술이 39.3%로 가장 선호하는 분야로 조사됐다. 장 차관은 이날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이 체육수업에 참여하면서 적극적이고 활달하게 바뀌는 것을 보니 기분이 너무 좋다"며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와 친해지는 좋은 기회를 늘봄학교가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마성의 장미'가 전국의 모든 학교를 방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체부는 이미 12개 종목 단체와 연계해 150개학급에 아이들이 안전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표광종 문체부 체육진흥과장은 "늘봄학교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교육부와 협의해 아이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으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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