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러시아 모스크바 크로커스 극장 테러 당시 극장 내 외투 보관소에서 일하던 15세의 파트타임 직원(알바생)이 비상문을 열고 100명을 안전하게 건물 밖으로 대피하도록 도운 것으로 밝혀져 러시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 공화국에서 이주해 모스크바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스람 칼리로프는 이날 저녁 출근했다가 극장 내 소동에 처음에는 '소란스러운 패거리가 왔구나'라고 생각했다가 총소리와 도망치는 사람들을 보고 금세 사태를 파악했다.
카릴로프는 범인들이 1층 로비로 침입해 정면 현관 쪽으로 대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내방객이 통과할 수 없는 종업원 통용구를 개방해 위험을 무릎쓰고 "이쪽으로 이쪽으로" 고함을 질러 사람들을 대피 통로로 유도하고 자신은 마지막으로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 외에 다른 알바생 1명이 같이 대피를 도왔다.
카릴로프는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만 있으면 나와 내 주변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나는 매우 두려웠다"고 말하고 자신이 안전하게 대피시킨 사람이 100명 정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람들 틈에 있다가 나와 문을 열 때 누군가가 계단 혹은 에스컬레이터에서 나타나 수류탄을 던지거나 총을 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 일이 없이 문을 바로 열어 사람들이 나갈 수 있게 된 것을 신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크로커스 극장에서 1년 정도 일했던 그와 동료들은 위급 상황시 대처 요령을 훈련받아 대피를 도울 수 있었다며 "자신이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할 임무였다. 수백명이 죽는 것보다 자신이 희생하는 게 낫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러시아 프로축구 스파르타크의 열성 팬인 카릴로프는 그의 용기있는 행동이 알려진 후 구단으로부터 홈경기에 초대를 받아 선수들을 만나고 시즌티켓과 유니폼을 선물 받았다. 러시아 내 무슬림 최고성직자회는 그에게 '최고 무슬림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러시아 프로축구 스파르타크 홈 경기장에 초청된 카릴로프 [사진=모스크바타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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