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개정 없이 금투세 폐지·밸류업 추진 어려워
금투업계 "증시 부양책 차질 생기며 주가에 타격"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 약화로 증시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금융 당국이 내세운 증시 부양책들은 세법 개정이 동반돼야 하는데 거대 야당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11일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개표 결과 여야간 격차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됐다"며 "5월 이후 밸류업 정책은 예정대로 이어지겠지만 주가를 부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관련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2024.04.11 pangbin@newspim.com |
금투세 폐지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주요 쟁점이었던 금투세 폐지에 대해 반대를 주장했던 야당이 의석수에서 우위를 점했다"며 "투자자들로 하여금 과세 폐지 기대감을 후퇴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투세 폐지 등은 세제 개편을 필수 전제로 하는데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입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대통령령 등 일정 부분 정부 재량이 있지만 큰 틀에서는 입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거대 야당의 존재가 정책 추진 과정에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이미 증시에서는 밸류업 기대감 저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9분 기준 코스피 200 금융은 전장 대비 2.73%(21.12p) 내린 21.12에 거래 중이다. ▲코스피 200 건설(-3.47%) ▲금융업(-3.19%) ▲유통업(-5.61%) ▲증권(-1.56%) ▲보험(-5.76%) 등 '밸류업 프로그램 주요 수혜주'로 부각됐던 업종이 모두 약세를 띠고 있다.
업계에서는 밸류업 기대감 저하와 금투세 폐지 좌초가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총선 이후 증시 추이를 보면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 있는 업종의 부진이 두드러진다"며 "이후 전반적인 주가 흐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 대형사 관계자도 "지금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밸류업 프로그램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며 "공매도 전면 폐지 기한인 6월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비과세 혜택 확대 등 처리해야 할 경제 정책이 산적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정책 모두 총선 승리를 전제로 하므로 이번 정부·여당의 패배가 주가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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