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주말소환, 기강잡기 나선 사측
"일한만큼 보상 달라" 변화된 조직문화와 인식차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삼성 내부에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노사 간 위기감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극명하다.
단적으로 삼성전자 노조는 전사적 위기감 속 창사 이래 첫 쟁의에 나서며 '성과 보상과 워라벨'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임원 주 6일 근무'라는 강수를 두며 조직 기강 잡기에 나서고 있다.
공정한 보상을 중시하는 MZ세대 중심의 변화된 조직 문화 속에서 회사의 위기 인식을 둘러싼 대응 방식에는 차이가 분명하다.
◆삼성전자 노조 첫 쟁의날 "전계열사 임원 주말 출근해라"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사측을 상대로 쟁의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7일 노조는 경기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DSR) 앞에서 약 2000명이 참가한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창사이래 첫 쟁의로 노조는 다음달 24일에도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에서도 같은 행사를 열 계획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윤창빈 기자] |
삼성전자 노조가 첫 쟁의활동을 전개하던 날 삼성이 전 계열사로 임원 주 6일 근무를 확대한다는 소식이 들여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부터 지원 및 개발부서 임원들 중심으로 절반가량 임원들이 주 6일 근무를 해 왔는데, 다른 계열사 임원들도 여기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임원들이 총대를 멘 이 같은 움직임은 삼성이 위기 상황 속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과거에도 있어 왔다. 2012년 삼성은 임원들이 오전 6시30분까지 출근하는 '새벽출근'을 일괄적으로 시작했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장으로 최지성 전 부회장이 부임한 뒤 실시한 것이다. 당시 불확실한 세계 경기 속 비상경영 체제에 버금가는 임원 조기 출근을 가동하며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임원들을 주말에 출근시키는 것은 생산성을 향상한다는 차원 보단 조직의 기강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크다"면서 "예전 같았으면 직원들도 주말 출근을 요구했겠지만, 이젠 시대가 바뀌어 그런 요구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성과급에 '투명+공정' 요구하는 노조..."세대간 차이"
하지만 이 같은 삼성의 움직임이 조직원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진 미지수다. 무노조 경영을 이어왔던 삼성전자에 노조가 설립된 데다 회사 이익 보다 개인의 성과 및 워라밸을 중시하는 쪽으로 조직문화가 기울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수십조원의 반도체 사업부 적자를 낸 가운데, 성과급이 나오지 않자 직원들의 노조 가입이 늘며 삼성전자 노조의 노조원은 전체 직원의 20%를 넘어섰다. 삼성전자 노조는 쟁의활동을 이어가며 성과급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성과급 책정 기준을 영업이익 기준으로 바꿔달라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성과급은 '경제적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한다. EVA는 영업이익에서 세금과 자본이용 등을 제외한 초과이익으로 기업 전략 비밀로 직원들에게도 성과급 책정 기준이 공개되지 않는다.
손우목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은 "작년엔 적자가 나서 성과급이 없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일 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라며 "EVA로 임의로 사측이 조정하게 되면 성과급 책정이 투명하지 않으니 성과급을 영업이익 기준으로 바꾸자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경쟁사 SK하이닉스의 경우 2021년부터 초과이익배분금(PS) 지급 기준을 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변경해 영업이익 10%를 PS 산정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성과급을 주는 만큼 받는다는 보너스 인식이 강했다면 MZ세대들은 성과급을 임금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성과급 책정에 있어 공정성을 더 요구하고 있다"면서 "노조가 없었던 삼성에 노조가 생긴 것도 엄청난 변화인데, 앞으로도 세대 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변화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