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스미싱 피해자 계좌에서 인출된 돈으로 채무를 갚은 가해자에 대해 부당이득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범행에 사용된 가해자의 계좌에서 신용카드 대금이 결제됐기 때문에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손 모씨의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상고심을 열어 손씨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환송했다.
손씨의 자녀를 사칭한 성명불상의 스미싱범은 2021년 10월 손씨에게 전화해 휴대폰에 원격조종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스미싱범은 원격조종 프로그램을 이용해 손씨 은행계좌에서 이 모씨의 신한카드 명의의 농협은행 가상계좌로 100만원을 이체했고, 이씨 명의로 결제된 신한카드 대금 채무가 정산됐다.
손씨는 농협은행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을 청구했으나 패소 판결을 받게 돼 이후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원심은 "원고가 송금한 돈이 피고의 계좌로 입금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돈 상당을 이득했다고 하기 위해서는 피고가 위 돈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러 실질적인 이득자가 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며 손씨 패소 이유를 설명했다.
상고심 쟁점은 부당이득으로 채무를 갚을 경우, 반환 의무 유무였다.
대법은 원심과 다르게 판단했다. 이씨가 스미싱 범행에 가담했다고 볼 수는 없으나, 이씨의 가상계좌가 범행에 사용돼 그의 신용카드 대금이 결제된 만큼, 이득을 얻었다고 본 것이다.
대법은 "송금된 원고의 돈으로 법률상 원인 없이 위 채무를 면하는 이익을 얻었으므로 원고에게 그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손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가 위 돈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지 못하여 실질적인 이익을 얻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의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 관계자는 "소액사건이지만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에 해당해 파기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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