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시장양분..."삼성 하이앤드 중심 전략"
이통사 新플래그십폰에 지원금 쏠림...고가폰 유도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우리나라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사와 이통3사가 플래그십 모델 스마트폰 중심 전략을 이어가는 것이 소비자들의 비싼 폰 구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테크인사이트가 공개한 '88개국별 스마트폰 매출 및 ASP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조사 국가 중 가장 높은 스마트폰 ASP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ASP가 높다는 것은 스마트폰 구매가 비싼 플래그십 모델에 쏠려 있다는 의미다. 한국에 이어 ASP가 높은 곳은 일본, 미국, 영국, 스위스 등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S24. [사진=삼성전자] |
우리나라에서 비싼 스마트폰이 많이 팔리는 이유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전자와 애플 두 개 회사가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제조사와 이통3사가 플래그십 모델 중심으로 판매전략을 펼친 영향이 크다.
국내 스마트폰 유통 구조를 보면 주로 통신사 결합을 통해 스마트폰을 구매한다. 해외의 경우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스마트폰과 통신사 유심칩을 따로 구매하는 것과 다른 유통 방식이다.
이에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통신사에서 제공되는 공시지원금 영향을 많이 받을수 밖에 없는데, 공시지원금이 삼성전자 플래그십 신제품 출시에 맞춰 확대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플래그십 모델에 대한 구매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통사 관계자는 "자급제 중심으로 폰이 판매되는 해외와 다르게 우리나라는 이통3사 경쟁도 치열하고, 삼성전자 신제품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이통3사가 마케팅 경쟁을 펼친다"면서 "통신 요금제는 IPTV 등 결합상품도 활성화 돼 있어 이통3사의 플래그십 신제품에 대한 경쟁도 고가폰 고객 유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방송미디어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삼성전자와 이통3사의 담합으로 고가 지원금과 고가 단말기, 고가요금제가 한 묶음으로 움직이는 상황에 고객들은 플래그십 단말 쪽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제조사와 이통3사와의 고리를 잘라내지 않는 이상 스마트폰 가격은 올라갈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통3사 로고 [사진=뉴스핌DB] |
우리나라의 고가폰 쏠림 현상은 중저가폰 시장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한 점도 이유로 꼽힌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은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린다. 삼성전자와 애플로 양분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 모토로라 등 중저가 외산폰들이 버티기 어려운 구조다.
지난 18일 KT는 모토로라 30만원대 스마트폰 '엣지40네오'를 자사 온라인몰 단독으로 출시했는데, KT가 외국산 스마트폰을 전용 상품으로 내놓은 것은 2017년 '비와이폰2(화웨이)' 출시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또 2021년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국내 시장엔 플래그십 모델의 강력한 경쟁자인 애플만 남아있어 더더욱 중저가폰 시장에 힘을 쏟을 요인이 없어졌다.
지난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무소속 전 의원이 한국·영국·인도·베트남 등 8개국에서 삼성전자가 판매하는 단말기 종류를 조사한 결과, 국내에서 구매 가능한 삼성전자의 중저가 자급제 단말기는 5세대(5G) 이동통신용 1종(갤럭시A34)과 LTE용 1종(갤럭시A24)에 불과했다. 반면 한국이 아닌 영국과 인도 등 7개국에선 나라별로 평균 11개의 중저가 단말기를 출시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고 중국 제품들도 들어오기 힘든 시장 구조 속 삼성 입장에선 ASP를 높일 수 있는 하이앤드제품을 더 파는 전략이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시장에 경쟁사가 없어질수록 스마트폰 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