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한시 허용 이후 이용 건수 6.5배 ↑
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3개월 가량 장기화되면서 의료계에 변화의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중증환자나 응급환자들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전공의들이 이탈한 3차 상급종합병원들은 진료가 차질을 빚으면서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 반면 개원의, 2차 종합병원에는 환자들이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간호사들의 역할은 법적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의정 갈등의 장기화로 나타난 명암(明暗)을 살펴본다.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의료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가운데 이용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비대면 진료가 일시적 특수 효과를 넘어 장기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의정갈등 명암] 글싣는 순서
1. 제약·바이오, 실적 타격 불가피…임상도 줄줄이 연기
2. 중증환자만 받는 대학병원…진료체계 긍정 신호?
3. 병원 문턱 높아지자 환자 수 감소…건강보험 재정 개선 효과
4. 최대 피해자는 환자…응급실 뺑뺑이·진료지연 '악순환'
5. 대형종합병원 경영 악화, 관련 종사자 무급휴가 권고 등 '불안'
6. 비대면·원격 진료 '탄력'…법제화 기대감
7. 진료지원간호사(PA) 법적근거 마련될까…보호 방안은
8. 尹-李 공감대 형성했지만…관련 입법 '난항'
코로나 당시 경기 성남시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상황실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와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빈 기자] |
6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닥터나우·굿닥·나만의닥터·솔닥 등 주요 비대면 진료 플랫폼 4곳의 진료 요청 건수는 15만5599건으로, 지난해 11월 2만3638건 대비 6.5배 증가했다.
지난 2월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외래 축소로 의료공백이 발생하자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의료 취약 지역 거주자와 주말, 공휴일로 제한했던 비대면 진료가 전면 확대됐다.
선재원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은 "비대면 진료 요청 건수가 늘어난 배경에 의료 파업 영향이 아예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상급 종합병원이나 준종합병원을 이용하던 경증 진료자들이 비대면 진료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 산업은 앞서 코로나19를 계기로 빠르게 성장했으나 재진 환자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허용하거나, 약 배송을 금지한 탓에 감염병 등급이 하향되면서 빛을 보지 못했다. 사업을 접은 기업들도 있다.
의료 파업을 계기로 비대면 진료 수요가 커지면서 산업이 다시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의료 서비스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모인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비대면 진료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바이오기업인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최근 웹기반의 비대면진료 중계 플랫폼 'KHUB 비대면진료'의 오픈 베타서비스를 시작하고 파트너 모집에 나섰다.
하지만 업계는 한시적 허용인 만큼 수혜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관계자는 "의료 파업 여파로 일시적 이용 건수가 늘었을 뿐 한시적 허용만으로는 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세우기에 한계가 있다"며 "3개월 뒤 또다시 허용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수혜를 기대하며 인프라 투자에 섣불리 나서기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비대면 진료 법제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최근 이용 건수가 늘면서 인력을 보충했지만 법제화가 되기 이전까지는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21년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총선 전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어, 법제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 서비스의 주체도 결국 의사인 만큼 의정갈등 해소가 우선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월 법적 분쟁의 위험성과 의료 과소비 조장 문제 등을 이유로 정부의 비대면 의료 전면 확대 조치를 비판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정갈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진들의 비대면 진료 참여를 논의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서비스의 한 축인 의사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사업 또한 가능하다"고 말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