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중 존속합병 건수, 2020년 17건→2024년 0건
최종경 연구원 "수요 줄어들면 제도 소멸할 수도"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스팩상장의 한 갈래인 존속합병에 대한 시장의 무관심이 장기화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상장 희망 기업의 외면이 더 이어질 경우 존속합병 제도 자체가 폐지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존속합병을 통해 상장한 기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존속합병이란,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의 한 유형으로 이미 상장한 스팩 기업이 존속법인으로 남고 비상장사가 소멸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2024.05.20 stpoemseok@newspim.com |
존속합병 건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2020년에는 17건에 달했던 존속합병 상장 기업 수가 ▲2021년 15건 ▲2022년 13건 ▲2023년 4건으로 줄었다.
이는 소멸합병 제도가 등장하면서 존속합병 방식에 대한 비상장사의 수요가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존속합병은 비상장사가 상장 과정에서 소멸하는 방식이어서 매출처별 사업자 등록을 새로 해야 하고 부동산 취득세가 부과되는 등 상장 법인이 감내해야 할 부담이 크다.
이러한 존속합병의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22년 등장한 것이 소멸합병 방식이다. 소멸합병이란 비상장사가 남고 스팩이 소멸하는 방식으로, 기존 존속합병 과정에서 비상장사가 져야할 부담을 대폭 줄였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소멸합병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비상장사가 회사 재무제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또 존속합병에 비해 적은 합병 신주 발행으로 상장할 수 있다는 것도 비상장사 입장에서 큰 매력"이라고 밝혔다.
최근 상장 수요가 커진 정보통신(IT) 업종 기업이 소멸합병 제도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소멸합병 제도 자체가 IT 업종의 영세 기업들의 상장 문턱을 낮추려는 취지로 도입됐다"며 "IT 업종 기업들은 혁신적 기술을 바탕으로 상장을 적극적으로 하다 보니, 소멸합병 건수가 대폭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존속합병을 활용하는 기업들은 제조업 등 전통 산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많아서 상장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대로 존속합병에 대한 낮은 수요가 지속되면 제도 폐지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최종경 연구원은 "존속합병의 단점을 소멸합병이 잘 보완했기 때문에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이 소멸합병으로 쏠린 것 아니겠냐"며 "존속합병 제도 개선책으로 등장한 것이 소멸합병인 만큼, 제도 개선의 여지는 적다고 보고 자연스레 폐지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아직 제도 폐지에 대한 논의는 계획에 없다고 일축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사 입장에서 보면 존속합병의 필요성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게다가 제도 폐지 전에 시장 참여자의 의견도 청취해야 하는데, 아직 존속합병 폐지에 관해 논의되는 것도 없다"고 밝혔다.
김대종 교수도 "상장 제도를 포함한 시장 제도를 폐지하거나 개선할 때는 시장 참여자 간 충분한 의견 조율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단순히 시장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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