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반대 의료단체 "현 의료법 나아질 기회 사라져"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간호사 처우 개선 방안과 업무 범위 등을 담은 간호법 입법이 여야 정쟁으로 제동이 걸렸다. 간호법 제정은 하반기로 미뤄질 전망이다.
정부가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의료 단체와 조율에 나서고 여야 모두 제정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여야 의원이 각각 발의한 3개 법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해 간호법은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었다.
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들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안 제정 촉구 집회'를 연 뒤 21대 국회를 향해 간호법 통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간협] |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오는 29일 임기가 종료되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이날 간호법 의결에 필요한 보건복지위원회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여야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 특검법)을 두고 대립을 이어가면서다
간호법은 간호계의 숙원 과제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의료법에서 떼 내 독자적으로 규정해 간호사의 처우와 업무 환경 등을 개선하는 내용이 골자다. 70여 년 전 제정된 의료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2005년 발의된 간호법은 10차례 발의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여기에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의료단체의 반발로 법안 처리 속도가 늦춰졌다. 코로나19로 간호사 처우 개선 여론이 높아지면서 간호법은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탁영란 대한간호협회장은 "매년 2만4000여명의 간호사를 새로 뽑지만 1년 내에 약 1만4000명이 간호사직을 포기한다"며 "과중한 업무와 불확실한 미래와 불법에 내몰리는 열악한 환경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간협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간호법 관련 법안이 6차례 발의됐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여야 대통령 후보 모두 간호법 제정에 힘을 싣기도 했다. 간호법은 작년 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되며 입법 속도를 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 통과 목전에서 폐기됐다.
'간호법'을 두고 의료계가 또다시 반발하자 이번엔 정부가 진압에 나섰다. 의사·간호조무사 등 14개 직역 단체가 모인 '14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지난 8일 성명서를 내고 "특정 직역의 권리와 이익만을 대변하고 의료시스템에 균열을 초래하는 악법"이라며 간호법 제정에 반대했다.
해당 간호법에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의사·간호조무사 등 의료 단체들은 "'지역사회'라는 문구가 간호사들이 장기적으로 단독 개원을 시도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수정된 정부안에는 '지역사회'라는 문구 대신 보건의료기관과 산업현장, 학교 등 간호사들이 실제 근무하는 장소가 나열됐다. 제정안에 포함된 '지역사회'라는 단어로 향후 간호사가 의사 없이 단독 개원을 할 수 있게 될 수 있다는 의료계 우려를 반영했다.
간호사와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자격과 업무 범위도 규정했다. 또 간호사의 업무를 현행 의료법에 명시된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는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고, 진료 보조(PA)간호사를 법제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동환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기획실장은 "물밑에서 조금씩 논의를 시작하고 있던 상황으로 (간호법) 확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했다면 그걸 놓고 판단할 여지가 있었을 것"이라며 "다른 단체들도 그렇고 오히려 현행 의료법보다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내용들도 있어 그 안에서 기회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을 위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간협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22~24일과 27일엔 집회를 여는 등 전국 간호사 4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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