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최태원 회장 지분 조정 속도낼 듯
SK 일부 CEO "정경유착 의심 법원 판단에 참담한 심정"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이혼 소송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조원대의 재산분할 판결 직후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은 3일 임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SK와 국가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이혼 소송 및 재산분할 판결이 더 이상 개인 사생활이 아닌 그룹 지배구조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확대된 만큼, 향후 그룹 지배구조 및 사업재편 과정을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이번 사안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 외에 엄혹한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응하며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그룹 경영에 한층 매진하고자 한다"면서 "우선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 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최태원 회장 지분 조정 속도낼 듯
재계에서는 현재 SK그룹 차원에서 진행중인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최 회장 보유지분 조정도 맞물려 추진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은 이달 말 예정인 확대경영회의에서 현재 진행중인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작업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확대경영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와 함께 SK그룹의 중장기 사업 로드맵을 결정하는 핵심회의로 꼽힌다.
서울 종로구 SK 서린 사옥 [사진=SK] |
SK그룹은 올해 초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토요 사장단 회의'로 불리는 전략글로벌위원회 회의를 20년 만에 부활시키는 등 사실상 비상 경영에도 돌입한 상태다.
앞서 이날 회의에서 SK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은 최근 법원 판결이 SK그룹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성장해온 역사를 훼손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일부 CEO는 SK의 이동통신사업 진출 과정에 과거 정부의 특혜가 있었다는 취지의 판결과 관련해 "노태우 정부 당시 압도적인 점수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따고도 정부의 압력 때문에 일주일만에 사업권을 반납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고, 직접 경험한 일이기도 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 SK 일부 CEO "정경유착 의심 법원 판단에 참담한 심정"
CEO들은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어렵게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는데 마치 정경유착이나 부정한 자금으로 SK가 성장한 것처럼 곡해한 법원 판단에 참담한 심정"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앞으로 진실 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해 결연히 대처하기로 뜻을 모았다.
재계에선 최태원 회장측이 대법원 상고 의사를 밝힌 만큼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대법원이 2심과 같은 판결을 내릴 경우 최 회장은 SK㈜ 지분 17.73%를 일부 매각하거나 비상장사인 SK실트론의 지분 매각, 주식담보 대출 등을 통해 1조원대의 현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진행중이고 배터리 자회사에 대한 대규모 투자 리스크까지 직면한 SK그룹 입장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과 최 회장 개인 지분 조정을 별개로 할 상황은 아닐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속도를 낼 것 같다"고 언급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