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환자 피해사례 2차 설문조사 발표
"100일 넘게 환자 고통 외면 전공의 어떻게 훌륭한 의사 되나?"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집단이탈에 따른 암 환자들의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이하 협의회, 회장 김성주)가 5일 발표한 '의료공백으로 발생한 피해사례 2차 조사'에 따르면 췌장암 환자 10명 중 6~7명이 정상적인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뉴스핌] |
조사에 따르면 환자들은 ▲외래진료 지연 ▲항암치료 지연 ▲입원실 축소로 인한 입원 지연 ▲신규 환자 진료 거부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
협의회는 지난 4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189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의료현장에서의 피해사례 1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응답자의 56%가 의료공백으로 인해 진료 거부를 경험했다고 답변했고, 43%의 환자들이 항암 치료가 지연되었다고 토로했다.
최근 실시한 췌장암 환자 281명 대상 2차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7%가 진료 거부를 겪었고, 51%는 치료가 지연되었다고 답변했다. 1차때보다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이다.
협의회는 "정부와 의료계가 지금까지 정부는 비상 체계로 의료계는 남아있는 의료진의 노력으로 중증, 응급환자가 큰 문제없이 원활하게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발표는 포장된 내용임이 설문 조사자료 수치에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 측이 공개한 주요 피해사례를 보면, 암환자 A씨는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해 입원이 열흘 넘게 지연됐다. A씨는 3월에는 항암 치료를 1회 밖에 받지 못했다. 또 지방에 거주함에도 불구하고 '가방 항암(입원하지 않고 통원하며 항암치료를 받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환자 B씨는 "금요일에 병원이 의료사태로 휴진을 하니 항암치료가 한 주 뒤로 지연이 됐다"며 "교수님은 상관없다고 했지만, 환자 입장에서 불안했다. 또, 다학제 진료가 취소돼 과마다 외래를 따로 잡아서 진료를 가야 했다"고 전했다.
협의회는 "암과 같은 중증 질환 환자들의 이런 고통을 덜어줄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는 환자 중심의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더 이상 환자를 의정 갈등의 도구로 쓰는 것을 멈추고, 정부가 의료 개혁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막을 실효적 제도를 재정비함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정부에 현재의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 공백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 체계 마련 ▲ 대형 병원 병상수 축소와 지역 병원 활성화를 통한 의료자원 균등화 ▲전공의 수급을 고려한 수도권 병상 허가 재검토 ▲ 필수 의료 전공 과정 강화 ▲비대면 진료의 공공적 관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환자단체 참여 확대 등의 실시를 촉구했다.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를 향한 쓴 소리도 나왔다.
김성주 회장은 지난 4일 정부가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과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한다는 발표에 대해 "관련 조치는 기본적으로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우리 환자들 입장에서는 사직서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전공의가 돌아올거 같지 않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표문을 살펴보니 훌륭한 의사로 성장하도록 돕겠다는 내용이 있던데, 정부가 지난 100일 넘도록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에 대해 전공의들의 제대로 된 사과 한번없이 훌륭한 의사로 거듭나도록 돕겠다는 시각이 매우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