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노 경영' 폐기후 창사 첫 파업..."생산 차질 없을것"
반도체 주도권 수성 '위기'..."제일주의 야성 되찾아야"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삼성 위기론'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 노조가 7일 창사 이후 첫 파업에 나서자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0년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을 공식 폐기한 이후 4년 만에 노조가 처음으로 파업을 선언하고 집단 행동을 예고했지만 지금은 시기가 적절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날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 선언을 한지 만 31년째란 점에서도 이번 노조의 파업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금은 파업이 아닌 조직 쇄신을 위해 노사가 협력해야 할 때란 의견이 많다.
◆ '무조노 경영' 폐기후 창사 첫 파업..."생산 차질 없을것"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이날 파업 선언에 따른 첫 연가 투쟁에 돌입했다. 앞서 전삼노는 전국 사업장에 근무하는 조합원들에게 이날 하루 연차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투쟁에 동참하라는 지침을 전달한 바 있다.
전삼노는 2만8400여명의 조합원을 둔 사내 최대 노조로, 전체 직원(12만4800명)의 23%가량이 속해 있다. 삼성전자측은 그러나 이번 연가 투쟁에 따른 생산 차질 등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사진=뉴스핌 DB] |
삼성전자는 지난 수 년간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를 겪으며 확실한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채 주력인 반도체 사업에서 조차 위기를 겪고 있다. 오너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대형 M&A 사례는 지난 2017년 9조원을 투자해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것 정도가 꼽힌다.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핵심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주도권을 경쟁사에 빼앗긴 상태다. 지난 수 년간 SK하이닉스가 HBM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엔비디아의 최대 HBM 공급사로 치고 나갔다. 게다가 업계 3위 마이크론도 HBM 납품에 성공했지만 삼성전자 제품은 아직 엔비디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SK하이닉스는 물론 삼성전자, 마이크론 모두 우리에게 메모리를 공급할 것"이라고 언급하긴 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첫 반도체 감산을 단행하는 등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에서조차 초격차 기술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은 글로벌 대외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반도체 주도권 수성 '위기'..."제일주의 야성 되찾아야"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상황에서 이재용 회장은 2주간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 4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것을 시작으로 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 기업을 비롯해 정계 인사들과 만나는 등 30여 개의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이재용 회장의 이번 미국 출장을 계기로 삼성이 대규모 투자나 조직 쇄신책을 내놓을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번 미국 출장이 삼성의 반도체 위기론과 맞물린 만큼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파기한 상황이다. 앞서 그는 삼성의 반도체 수장을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한 바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이번 노조의 파업은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 와중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준법감시단을 수용하고, 무노조 경영을 포기한 값비싼 대가"라며 "삼성이 원래 가지고 있던 제일주의 야성을 되찾고 노조와 조직을 어떻게 긴장 시키고 성과를 낼 수 있게 만드느냐도 결국 이재용 회장이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