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징검다리연휴 때보다 연차소진 적어
'신경영선언' 31주년...'비상경영'에 노사간 불협화음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7일 하루 파업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을 한 것은 삼성전자 창사이래 처음이다.
앞서 전삼노는 전국 사업장에 근무하는 조합원 전원에게 현충일과 토요일 사이에 낀 징검다리 연휴에 연차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투쟁에 동참해 달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삼성전자와 전삼노는 지난 1월부터 임금협상을 위한 교섭을 이어왔지만,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과 조합원 찬반 투표 등을 거쳐 지난달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깃발 [사진=뉴스핌DB] |
이후 지난달 28일 임금협상을 위한 8차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교섭이 결렬돼 파업 돌입 결정을 내렸다.
현재 전삼노 조합원 수는 2만8000여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의 20% 남짓이다. 전삼노 측은 파업 참여 인원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단, 7일은 징검다리 연휴인 만큼 원래 휴가를 계획한 직원들이 많았다. 7일 연차를 낸 직원 수는 1년 전 주말과 현충일 사이에 낀 징검다리 연휴 때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1일 대만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 파업에 대해 "이번 파업은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에 영향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출하량 부족 현상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파업선언 이전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의 현물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고, 선언 이후에도 가격 하락세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노조 파업이 당장 생산에 미칠 가능성은 낮지만,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사실상 비상경영체제가 가동되는 상황에 노사간 화합하지 못 하는 모습을 보이며 간접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 임원들은 주 6일 출근으로 주말에도 회사로 출근하고 있다. 전날 휴일이었던 현충일에도 삼성전자 다수 임원들은 출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엔 삼성전자는 정기인사 6개월만에 반도체 사업 수장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을 전격 교체해 강도 높은 조직 쇄신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노조 파업 중 2주간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그는 지난 4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것을 시작으로 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 기업을 비롯해 정계 인사들과 만나는 등 30여 개의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이날은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한 지 31주년이 된 날이기도 하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신경영 선언을 통해 삼성전자를 품질 중심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했고, 이것을 계기로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한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 당시엔 뭔가를 개발하더라도 그 윗 세대, 또 윗 세대를 이야기하며 성장해 나갔는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많이 없어졌다"면서 "직원들 역시 자기 영역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도전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면 이제는 그런 것들이 많이 사라졌고, 이미 달성한 1등에 안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