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日 현실적인 지원 확대…한국 정부 지원 미미
SAF 가격 비싸…정부 지원 없이 활성화 힘들어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지속가능항공유(SAF) 시장 확대가 예상되면서 국내 정유기업도 경쟁력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해 정부 지원이 아쉬운 수준이라 SAF 관련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증 운항을 위해 대한항공 보잉 777F 화물기에 바이오항공유(SAF)가 급유되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
1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가 국내 최초로 SAF 수출에 성공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기존 정유 설비에 석유 기반 원료와 동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을 활용해 SAF를 생산할 계획이다.
SAF는 석유, 석탄 등 기존의 화석 자원이 아닌 동물성·식물성 기름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든 항공유를 말한다.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탄소 배출에 대한 산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SAF 시장은 정유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이에 다른 정유사들도 SAF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쓰오일(S-OIL)은 지난 4월 국내 정유사 최초로 국제항공 분야에서 SAF 생산을 공식 인증하는 ISCC 코르시아(탄소 상쇄 및 감축제도) 인증을 획득했다.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SAF 공장 건설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26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울산CLX에 바이오항공유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SAF 생산 시험운전을 준비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6월 대한항공과 SAF 관련 협약을 체결한 후 시범 운항 사업을 해왔다. 지난해 9월 바이오연료 생산 기업 네스테로부터 SAF를 공급받아 대한항공 인천~로스앤젤레스(LA) 화물기에 총 6회 급유해 실증 운항했다.
최근 SAF 의무 적용이 확대되면서 국내 정유사들도 SAF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EU 27개 회원국 모든 공항에서 항공기 급유 때 SAF를 2% 섞을 것을 의무화했다. SAF 혼합 비율은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까지 늘어난다.
항공산업 항공규제 강화로 SAF 의무화 국가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AF 시장 규모는 2021년 7억4550만 달러(약 1조원)에서 2027년 215억 달러(약 28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유업계에선 국내 SAF 시장 활성화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정부의 지원 수준이 아쉽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미국 등 해외 주요국들은 SAF 산업 장려를 위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10년부터 '바이오연료 혼합 의무제(RFS)'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탄소 저감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자국에서 사용·판매하는 바이오 항공유에 갤런(약 3.8리터)당 최대 1.75달러 규모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일본 역시 경제산업성에서 약 2600억원 상당의 자금을 투입해 SAF 설비 투자 비용을 지원한다.
반면 한국은 법인세액 3% 공제 수준에 그친다. 관련업계는 세액공제율을 최소한 15%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전략기술 후보에 지정될 경우 15%의 투자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탈탄소란 세계적 흐름 속에서 SAF 시장 확대는 예견된 상황"이라며 "이미 해외 국가보다 개발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정부 지원까지 소극적이라면 SAF 시장 선점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전략기술로 SAF가 지정된다면 정유사들의 SAF 생산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정유 기업이 SAF 시장도 선점할 수 있도록 정부의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