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처벌 규정 없어 각하될 사안…김 여사·대통령실 일 키워"
일각선 이 총장 임기 내 사건 마무리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을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를 두고 김여사 측과 검찰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검찰의 김 여사 조사가 지연되는 사이 이원석 검찰총장이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는 등 검찰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1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최근 대통령실에 해당 명품 가방을 임의제출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그동안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최재영 목사 등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한 검찰에게 이제 남은 수사 절차는 김 여사를 조사하는 것뿐이다.
[성남=뉴스핌] 이호형 기자 =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차 출국하는 김건희 여사. 2024.06.10 leemario@newspim.com |
이런 상황에서 최근 김 여사 측은 소환조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소환조사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영부인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각하될 사건도 맞고 보통 각하될 사안은 굳이 불러 조사하지 않는 것도 맞다"면서도 "하지만 의혹 제기 초반도 아니고 이제 와서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한 조사 없이 마무리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소환에 응하진 않겠다는 김 여사의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며 "김 여사 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의 결론이 바뀌진 않겠지만, 조사 없이 결론을 내릴 경우 검찰을 향한 비판 여론이 너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여사와 대통령실이 잘못된 대응으로 일을 너무 키웠다"고 부연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과 달리 매우 간단한 사건임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수사 대상이 영부인인 만큼 검찰 입장에선 작은 역풍이라도 피하기 위해 시간을 많이 들이는 것으로 보이고, 어떠한 형태로든 김 여사를 조사한 뒤 마무리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2024.01.02 leemario@newspim.com |
일각에선 수사 마무리 시점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이 총장이 김 여사 사건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긴 했으나 임기 내 마무리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총장의 임기는 오는 9월 15일까지다.
다른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지난 5월 총장이 이번 사건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지시하자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인사가 단행됐다"며 "누가 수사·지휘하는지 보다 총장의 수사 의지를 무력화할 수 있을 만큼 높은 곳의 입김이 닿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천하의 이원석 총장이 사건을 마무리하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결국 다음 총장이 사건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 사건 수사와 검찰개혁 등 검찰 관련 올해 하반기 이슈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여사 사건 수사를 두고 이 총장을 향한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26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증인으로 이 총장과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법조계 안팎에서 총장의 청문회 출석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 총장은 출석 여부에 대해 차차 생각해 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