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달부터 6개월간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추진
6일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입국…4주 교육 후 현장 투입
신청자 몰려 사업 확대 속도낼 듯…민간 플랫폼 사업도 검토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총 751가구가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100명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약 7.5 대 1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정부는 예상보다 수요가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당장 내년 하반기 외국인 가사관리사 1200명을 추가 도입하고, 외국인 유학생과 외국인 숙련인력의 배우자 등에 '가사돌봄' 서비스를 허용하는 시범사업(5000명 규모)도 내달 중 시행할 예정이다.
◆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경쟁률 7.5 대 1…정부 "우선순위 등 고려"
7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관리사(E-9 비자) 시범사업에 총 751가구가 신청했다. 앞서 정부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용을 희망하는 서울 시민들을 대상으로 지난 3주간(7.17~8.6) 신청을 받았다.
서울시는 "6일 오후 6시까지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신청하는 애플리케이션 '대리주부'와 '돌봄플러스'를 통해 접수를 받은 결과 751가구가 신청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사진=서울시] |
이번 외국인 가사관리사 신청자는 당초 정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정부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용 수요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입장을 보였는데, 이번 신청 접수 결과를 보고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시범서비스 기간 동안 우선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신청자가 몰리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정부는 이번 시범서비스(2024년 9월~2025년 2월) 추진을 위해 필리핀 출신 가사관리사 100명을 도입했는데, 신청자가 몰리면서 우선순위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산술적인 경쟁률은 7.5대 1에 이른다.
다만 실제 경쟁률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서비스 이용 가정의 상황에 맞게 파트타임(4시간 또는 6시간) 또는 풀타임(1일 8시간) 중 다양하게 선택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사관리사 1명이 하루에 2가구까지도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를 고려한 실제 경쟁률은 5대 1 수준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시범서비스 이용 대상을 서울에 거주하는 가구 가운데 12세 이하 자녀(2011년 7월 18일 이후 출생아)가 있거나 출산 예정인 가구로 한정했다. 소득 기준에 상관없이 신청 가능하다. 이에 따라 외국인 가사관리사 신청 가구 중 기준에 못 미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 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자료=서울시] |
서울시 관계자는 "서비스를 신청한 가구 중 우선순위 등을 고려해서 이용 가구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도 "가사관리사가 100명인 소규모 시범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세대 구성원 중에 만 12세 이하의 아동, 또는 출산 예정인 임신부가 있는 서울시민 중 한부모, 다자녀, 맞벌이 등을 우선 이용자로 최종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은 지난 6명 새벽 한국에 입국했다. 이들은 약 4주간 추가 교육(한국문화, 산업안전, 직무 관련 교육)을 거쳐 내달 3일부터 서비스에 본격 투입된다.
◆ 정부, 외국인 가사관리사 확대 추진…내년 상반기 1200명 추가 도입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얻는 결과로,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활용한 가정 내 돌봄서비스 제공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검증·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이번 시범사업에 문제가 없을 경우, 외국인 가사관리사 규모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당장 정부는 내년 상반기 외국인 가사관리사 1200명을 들여와 맞벌이 부부의 돌봄 부담 완화와 저출생 해소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이정한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외국인 돌봄 인력을 활용해 일하는 부모의 상황에 맞게 안심하고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외국인 가사관리자) 1200명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찌민=뉴스핌] 유명식 특파원 = 베트남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한 필리핀 여성. VN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처. 2023.06.07 simin1986@newspim.com |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위해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을 도입했는데, 추후 사업이 확대될 경우 도입국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필리핀을 비롯해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17개국을 고용허가제 (E-9) 송출국으로 인정했다. 이들 국가 중 영어권 국가에 거주하는 가사관리사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시범사업 진행과정에서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허가제 송출국 몇몇 국가들과 협상을 진행 중인데, 수요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외국어 교육을 희망하는 가구들이 있어 필리핀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 및 외국인 근로자 배우자 5000명을 대상으로 내달 중 가사돌봄 시범사업도 실시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장 확대에도 나선다. 정확한 시행시기는 고용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 간 협의 중이다.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유학생(D-2) 및 외국인근로자의 배우자(F-3)는 약 2만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정부가 가사돌봄 시장에 유입하고자 하는 규모는 5000명으로 약 25% 수준이다.
이와 함께 민간기관이 해외의 사용 가능한 가사사용인을 합리적 비용으로 도입·중개·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 방안도 검토한다. 즉, 신뢰할 수 있는 외국인 가사관리자 인증 기관이나 중개 플랫폼 등을 도입해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도록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