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복지위, 의대증원 청문회 개최
보고서 3편, 2035년까지 의사 약 1만명 부족
의사 양성 기간 고려해 의대 증원 속도 조절
지역별 격차 심화 우려에…"정책으로 해소"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이 준비되지 않은 속도전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정부가 부처별 근거를 기반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회 교육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는 16일 오전 10시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청문회'를 열고 의대 증원 규모 배정, 배분 과정 등에 대한 질의를 진행했다.
이날 청문회는 국회 국민 동의 청원에 의대 증원 2000명이 이뤄진 과정을 밝혀달라 요구하면서 열리게 됐다. 국민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복지위 위원은 이날 정부가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의대 증원 정책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혼란을 겪고 있다고 비판하며 결정 과정을 물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육위원회 의학교육소위원회의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2024.08.16 leehs@newspim.com |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2000명 규모는 본인이 결정했다고 답했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이 열리기 전에 사회수석에게 전화해 오후 보정심에서 2000명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후 보정심을 거쳐 규모를 확정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이 대통령실 누구와도 이전에 상의한 적이 없냐고 묻자 조 장관은 "작년 10월 대통령에 보고하면서 의대 정원을 확충하겠다고 했고 2035년에 1만5000명의 의사가 부족한 것을 감안해 내년부터 의대 증원을 늘리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답변했다.
장상윤 사회수석비서관은 "2000명이란 숫자는 톱다운으로 몇천 명을 늘리라고 해서 결정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부처에서 근거를 보고하면 그것을 협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학교의 보고서 3편을 근거로 밝힌 바 있다. 보고서 3편은 2035년에 약 1만명의 의사가 부족해 단계적 증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의사 양성에 소요되는 기간, 필수의료 확충의 시급성,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의 증대 등을 고려해 5년간 2000명씩 늘리겠다고 결정했다. 다만 의사 확충의 속도는 정책적 판단의 영역이라는 입장이다.
의대 교육 기간 6년, 전공의 수련 기간 4~5년을 고려할 때 2025년에 의대 증원을 하더라도 전공의는 2031년, 전문의는 2036년에 배출된다. 만일 1000명 수준의 증원을 한다면 의사 인력 인력이 확충되는 시간이 10년 더 늦어진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의대 증원이 갑자기 논의된 사안이 아니라고도 해명했다. 2023년 1월부터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이 참여한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해 총 28회 논의했고 병원, 학회 등 의료계와 환자, 소비자 등으로부터 의견을 들었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의학교육소위원회의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08.16 leehs@newspim.com |
한편 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오히려 지역 의료를 붕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복지위 위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는 의사 수가 평균 이하인데도 불구하고 배정된 증원 규모는 극히 작은 반면 세종은 부산 다음으로 의사가 많은데 가장 많은 정원이 배정됐다.
조 장관은 이에 대해 "시도별 의사 부족수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긴 하지만 행정구역별로 의대 수가 또 다르고 전남 같은 경우는 의대가 없다"며 "생활권역도 중요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비율을 조정해 배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유지될 경우 지역별 의사 수 격차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년 후 인구 1만 명당 의사 수의 지역간 격차는 62명에서 72명으로 늘어난다.
장 비서관은 "의대 나온 사람들이 해당 권역에서만 일할 때를 전제하는 것"이라며 "지역과 필수의료에 대한 정책을 잘하면 격차는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정책을 잘하면 격차는 줄어들긴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정원을 잘못 배정한 문제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복지부 장관은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진 부족은 계속 의료개혁이 지연됨에 따라서 누적된 문제"라며 "정책적인 대안을 강구하기위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