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과태료 처분 0건
의료 기관과 연계 정황
교육부·협회, 실태 파악 X
간호 인력의 한 축을 차지하는 간호조무사 양성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불법적으로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사례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간호조무사는 90만여 명으로 50만 명 대인 간호사보다 1.8배 많다. 역할도 돌봄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부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방침에 따라 간호조무사 수요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이 정부의 의료 개혁 방향이지만,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뉴스핌은 기획 취재를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짚어봤다.
[서울=뉴스핌] 신수용·송현도·신도경 기자 = 서울 시내 일부 간호학원이 간호조무사 자격증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날조해 불법·편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관할 기관인 교육부·보건복지부·학원협회들은 이러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19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에 있는 간호학원 여러 곳에서 허위 학과 교육·실습과 이수증명서 발급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현장에서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고 있지만 최근 1년 사이 과태료를 부과받은 학원은 한 곳도 없었다.
◆ 700시간 넘는 가짜 병원 실습 버젓이…"입조심해야"
[뉴스핌 Newspim] 홍종현 미술기자 (cartoooon@newspim.com) |
간호조무사가 단순 보조·진료만 하는 게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와 일을 분담하고 협업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의료법에 따르면 간호조무사는 일정 부분의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어서다. 특히 고령화로 간호와 돌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간호사보다 1.8배 가량 많은 간호조무사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간호조무사 수요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학원에서 의료법상 규정된 학과 교육·실습 시간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불법 운영 중이다. 이 같은 불법에 다수의 의료기관이 연계된 의혹도 있다.
A학원은 "256시간만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실제로 일을) 하면 된다"며 "'(내가 아는 병원에) 780시간 한 걸로 봐주십시오'라고 얘기 할 것"이라며 서울 시내 여러 곳에 연계된 병원이 있다고 홍보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이수 여부를) 날짜로만 본다"며 "누군가 민원을 넣으면 조사하러 나오니 입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학원은 70시간만 실습을 하면 증명서를 만들 수 있다고 확답했다. B학원은 "(내가) 아는 병원에서 직인을 찍어 오면 실습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며 인근에 학원과 연계된 병원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들은 국비 지원 교육과정이 아닌 일반 과정의 증명서는 전산이 아닌 손으로 직접 작성할 수 있다는 허점을 파고들었다. A학원은 "지금은 출·결석 관리를 수기로 해서 동그라미를 치면 되니까 유도리(융통성)가 좀 있다"며 "내년부터 전산화될 거예요. 그럼 못 봐주지"라고 설명했다.
C학원은 "1~2개월이면 이론이 가능하다"며 추가 비용을 내면 서류를 꾸며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평일에 매일 8시간을 꼬박 들어도 2달이면 320시간밖에 이수하지 못해 법정 이수 시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다.
불법 학원 상담 경험이 있는 김모씨는 "기본 과정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불법적으로 국가 고시(간호조무사 시험)를 치른 엉터리 인력이 많아지고 있다"며 "학원이 여러 병원 도장을 가지고 실습을 나간 것처럼 대리로 (출·결)처리를 해주는 불법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불법 수업은 일반 수업보다 가격도 비쌌다. B학원은 학원비 약 6개월 치를 선지불하면 지난 3월부터 학원을 다닌 것처럼 서류를 만들어 7개월만에 자격증을 취득 할수 있다고 했다. 간호조무사 자격증 취득까지 통상 1년 이상이 소요된다.
또 이곳에서는 대면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학과 교육을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을 통해 온라인으로 음성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간호조무사는 의사와 간호사처럼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직업인데,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상태로 자격증만 취득해 현장에 투입되면 환자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 불법·편법 이유 캐묻자 하나같이 '모르쇠'…정부 단속·관리 미진
[뉴스핌 Newspim] 홍종현 미술기자 (cartoooon@newspim.com) |
몇몇 학원은 소위 '배려'라며 서류 조작을 정당화하거나 불법 학원을 알선하는 편법을 썼다. 학과 교육 시간을 모두 이수해야 하냐는 질문에 D학원은 폐업을 한다며 "배려를 어떠한 방법으로 해줄 수 있지 않겠냐"며 자세한 상담에 앞서 수강료 결제를 요구했다. 해당 학원은 다른 불법 학원도 연계해 줬다. E학원은 "학원에 안 와도 온 시간으로 배려를 해준다"고 말했다.
이런 불법·편법 정황이 발견됐음에도 관련 당국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점검을 통해 과태료를 부과한 학원은 한 곳도 없다. 관련 집계 역시 따로 관리하지 않는 등 관련 기관이 불법 운영 단속·관리에 미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과태료를 부과한 간호학원은 한 곳도 없다"며 과태료 외 다른 행정처분은 다른 학원들과 합쳐 집계하기에 따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간호학원의 불법·편법 운영에 대해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문제가 있으면 의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한국 간호학원협회는 뉴스핌 취재가 시작되자 불법·편법 운영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고 답변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법 이수증명서를 발급하는 이유에 대해 해당 학원들은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A학원은 "정부에서 평가를 받기에 (법정 교육과 실습 시간을) 전부 이수해야 한다"며 허위 서류 발급을 안내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B학원은 "수업 일수를 채워야 해서 이를 소급해서 1년 치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C학원은 "타임라인(시간)까지 애플리케이션(앱) 이용해 찍게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D학원은 "허위로 발급한 기억이 안 난다. 언제 했는지 모르겠다"며 "폐업 후 다른 학원과 연계해 줄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E학원은 "그런 사실이 없는데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었냐"며 전면 부인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