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절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회고록...펜스 "북핵은 공격용" 반박
트럼프, 文 사드 환경영향평가 주장 등에 격노..."비용은 韓 내야"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무기 보유 추진은 방어 목적일 뿐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측을 설득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발간된 회고록 '우리 자신과의 전쟁: 트럼프 백악관에서의 내 임무 수행'에서 문재인 정부와 백악관이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의견 차이로 수시로 갈등을 빚었다며 이같이 소개했다.
저서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사담 후세인과 무아마르 카다피와 마찬가지로 김정은은 방어를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리비아와 이라크의 철권 통치자였던 카다피와 후세인은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추진,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았다.
북한은 그동안 비참한 최후를 맞은 카다피와 후세인의 사례를 거론하며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거부해왔다. 실제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2018년 담화를 통해 미국의 비핵화 요구는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펜스 부통령은 당시 문 전 대통령에게 "서울을 사정거리에 두는 재래식 대포가 있는데 김정은에게 왜 핵이 필요하겠는가. 우리는 김정은이 공격 목적으로 핵을 원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고 맥매스터는 전했다.
그는 이후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이유에 대한 의견 차이로 당국자들 사이에 긴장과 의견 충돌이 있었으며 자신과 펜스 전 부통령, 매슈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이 이를 해소하려고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맥매스터는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국 배치를 마무리하는 문제를 놓고도 진통이 있었다고 밝혔다.
회고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10억 달러의 비용이 드는 사드 배치를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데 대해 트럼프는 맥매스터에게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게 해야겠다"며 격노했다.
맥매스터는 "사드는 미국 군과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수습하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맥매스터는 2017년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정식 배치를 하려면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고 하자 트럼프는 "환경영향평가는 시간 낭비"라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그는 이미 당일 오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문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가 환경영향평가의 결과에 달려 있다'는 발언을 하지 말라고 얘기해달라. 부동산업자 출신인 트럼프는 환경영향평가를 정말 싫어한다"고 경고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맥매스터는 이밖에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2017년 7월 4일 북한이 신형 액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을 최초 발사했을 때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문재인 정부가 '그 미사일을 ICBM으로 부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에 대해 "의용, 당신이 ICBM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그게 ICBM을 의미하지 않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맥매스터는 2018년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한 펜스 당시 부통령에게 청와대가 북한 대표단과의 만남 중재를 위해 나설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는 문 대통령이 김정은과 트럼프 양측에 각자가 듣고 싶어 할 것으로 생각되는 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했고,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제거하기 위해 펜스 부통령이 '미국 외에 누구도 미국을 대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로 했다"고 회고했다.
한편 맥매스터는 자신이 백악관 외교안보팀의 논의와 자료 준비를 걸쳐 '김정은이 억지력만을 위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것이 아니며 한반도를 적화 통일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트럼프에 보고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북한을 철저히 고립시키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지원한 대가를 치르게 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이를 통해 트럼프 정부 초기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전략'이 갖춰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조하는 동시에 "김정은과 기꺼이 만날 수 있다"며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맥매스터는 "북한과의 대화에 서두르지 말고 대북 제재를 섣불리 해제해서도 안 된다고 보고했고 트럼프도 동의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태도는 일관적이지 않았고, 결국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맥매스터는 이밖에 트럼프는 "북한군이 열병식을 할 때 북한군 전체를 제거하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면서 그는 '변덕스럽고' '위험하고' '즉흥적'이라고 평가했다.
육군 중장 출신인 맥매스터는 2017년 2월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됐다. 재임 기간 일방적이고 즉흥적인 외교안보 정책에 균형추를 잡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잦은 갈등으로 13개월 만에 해임됐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