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 선정사유 넓게 해석한 전합 취지 따른 판결
"변호인 없이 이뤄진 소송행위 무효"…파기환송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형사사건에서 유죄를 확정받고 구속된 피고인이 다른 사건으로 기소된 재판에서 국선변호인 없이 선고하면 다시 재판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또 나왔다.
형사소송법상 국선변호인 선정 사유인 '구속'의 의미를 넓게 해석한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2019년 8월 공문서위조죄 등으로 징역 2개월 및 징역 5년을 확정받아 수감된 상태에서 지난해 다른 사기 사건으로 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가 자신의 직업을 속이고 한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알게 된 B씨와 교제하면서 약 28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재판에서 별도로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았고 1심도 국선변호인 선정 없이 증거조사 등 절차를 진행했다.
항소심은 A씨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뒤 재판을 진행했다. A씨는 1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1심에서 변호인 없이 재판받은 것이 위법하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형사소송법 제33조 1항 1호는 구속된 피고인이 변호인이 없는 때에는 법원이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형사소송법상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 사유 중 하나인 '피고인이 구속된 때'를 피고인이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돼 재판받고 있는 경우에 한정해 적용했다.
그런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5월 23일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집행되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돼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도 포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언급하며 "필요적 변호 사건에서 피고인이 변호인을 선임한 적이 없는데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채 개정해 이뤄진 1심 증거조사 등 일체의 소송행위는 모두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은 1심의 잘못을 간과한 채 1심이 채택해 조사한 증거를 바탕으로 사건을 심리한 다음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며 "소송절차가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