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별 4개 센터 운영…7월 말 기준 1169개 수거
회수·성능평가 이후 재사용·재활용 업체에 매각
"2035년 이후 폐배터리 외 담당 품목 확대 고민"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는 만큼 폐배터리도 급증하게 된다. 전기차 패권을 놓고 주요국이 승부를 벌이고 있는 이면에는 폐배터리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를 놓고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급성장하는 폐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며 최전선에서 길을 개척하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환경공단이다.
11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올해 7월 말까지 거점수거센터를 통해 수거된 전기차 폐배터리는 1169개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2021년 1월 1일 이전 구매보조금을 받은 전기차 소유주는 차량을 폐차할 때 폐배터리를 정부에 반납해야 한다.
◆ 폐배터리 자원순환 시장 이끄는 환경공단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수거한 폐배터리의 성능평가·보관·매각은 모두 공단의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에서 이뤄진다. 명칭처럼 전기차 배터리의 폐기와 재활용 단계를 잇는 '거점' 역할을 하는 셈이다.
환경공단은 폐배터리 반납 대행기관으로서 경기 시흥·대구·전북 정읍·충남 홍성 4곳에 총 3453개의 배터리를 보관할 수 있는 권역별 폐배터리 거점수거센터를 구축, 2022년 1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들 4개 센터는 지난 2022년 1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회수한 폐배터리 1169개 가운데 714개를 민간에 공급했다.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경기 시흥 미래폐자원 거점순환센터에 설치된 배터리 성능평가 챔버(왼쪽)와 성능평가 챔버 내부 폐배터리 평가 모습(오른쪽). 2024.09.10 sheep@newspim.com |
차주가 배터리 반납 신청서를 작성해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고 차량을 폐차장에 보내면, 지자체 담당자는 공단에 폐차장 정보가 담긴 공문을 보낸다. 공단은 폐배터리를 수거, 거점센터에서 성능을 평가해 재사용 또는 재활용 업체에 매각한다.
경기 시흥 거점센터는 현재 전국 폐배터리 발생량의 절반 이상을 소화하고 있다. 자동 입출고 시스템이 적용된 가장 최첨단 현장이기도 하다. 센터 면적은 1480㎡로, 1097개까지 보관할 수 있다. 배터리 입고와 출고는 스태커 크레인을 통해 자동으로 이뤄진다.
배터리 재사용과 재활용의 차이는 민간에 매각된 이후의 용도다. 재사용의 경우 차량 배터리는 전기차 충전기나 캠핑용 배터리, 전기이륜차용 배터리팩 등으로 사용된다. 재활용은 리튬·코발트·니켈 등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28일 찾은 시흥 센터에는 현대·기아 등 다양한 배터리가 매수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단 관계자는 "매각 업체가 직접 와서 가져가기도 한다"며 "SM3 배터리 팩 1대를 분해하면 저용량 오토바이 등 다양한 여러 제품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경기 시흥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내 SM3 전기차 폐배터리 2024.09.10 sheep@newspim.com |
수거된 배터리가 성능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육안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파손됐거나 전해질 등이 누액된 배터리는 1차 육안검사에서 불합격한다. 1차 평가를 통과한 배터리는 완전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SOH 성능검사 대상이다. 재사용 배터리는 SOH 값이 60%를 넘어야 한다. SOH 값 60% 이하 배터리나 육안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배터리는 재활용 업체에 매각 처분한다.
성능 평가는 외부와 차단된 챔버 내에서 이뤄진다. 최근 시흥 센터는 평가 시간을 기존 8시간에서 1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는 신속평가설비를 도입했다. 신속 평가는 기존 평가방법과 달리 배터리 팩 덮개를 개방하지 않고도 가능해 시간을 더욱 단축할 수 있다.
공단 관계자는 "그간 배터리 성능평가는 하루 1~2개만 가능했다"면서 "평가 시간이 8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어들면 같은 시간 동안 평가 가능한 배터리가 8배로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센터마다 화재진압수조 비치...자동 화재감지·진화 시스템 24시간 가동
거점센터의 또 다른 핵심은 화재 관리다. 모든 센터에는 화재 예방을 위한 항온·항습 장비, 방전기 등이 설치됐다. 배터리는 방전된 상태로 보관된다. 화재가 발생하면 열·연기를 감지해 인근 소방서에 자동으로 화재 알림이 가는 시스템도 운영한다. 진압을 위해 모든 센터 내 화재진압수조·D급 금속 소화기·질식소화포가 상시 비치됐다.
자동 화재감지 및 진화 시스템은 자동으로 24시간 운영되는 형식이다. 폐배터리 보관실 상부에 설치된 열·연기 센서가 화재를 감지하면 우선 소방서에 자동으로 알림이 가고, 이와 동시에 크레인이 문제가 일어난 배터리 보관 셀을 향해 자동으로 이동한다.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경기 시흥 미래폐자원 거점순환센터 자동화 보관설비 내부 모습 2024.09.10 sheep@newspim.com |
크레인이 화재가 감지된 배터리를 차폐한 박스에 넣고 진압수조로 옮길 동안 박스 내에서는 초기 질식 소화가 이뤄진다. 최종적으로 화재 배터리는 진압수조에 자동 침수된다.
성능 평가 단계의 화재 예방도 중요하다. 센터 내에서 배터리는 평소 방전된 상태로 보관되지만, 유일하게 성능 평가 과정에서는 충전된다. 성능 평가가 이뤄지는 챔버 상부에는 질식소화기가 탑재돼 화재가 일어날 경우 자동 소화로 이어진다. 배터리 셀 하나라도 온도가 4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평가는 자동 중단된다.
공단은 화재 관리 등 폐배터리 보관 노하우도 축적해 민간과 공유하고 있다. 향후 폐배터리 시장에서 민간 업체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공단 관계자는 "다른 3개 거점센터도 시흥 센터처럼 산업단지 인근에 위치해 소방이 골든타임 내 도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단은 폐배터리 자원순환이 민간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 이후의 상황도 고민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2035년 이후 전기차 배터리가 아닌 다른 품목에 대해서도 순환 체계를 구축해 민간 시장 활성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공단 관계자가 경기 시흥 미래폐자원 거점순환센터에서 폐배터리를 입고하고 있다. 2024.09.10 sheep@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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