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업계 "NPS 퇴직연금 운용 반대...시장 교란"
국민연금 수익률만 보는 연금특위...업계 간 불통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연금특위 간담회 때 퇴직연금 개혁안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나올 겁니다."
국민의힘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연금개혁 정책간담회를 앞두고 이렇게 밝혔다.
이석훈 금융증권부 기자 |
구체적인 개혁안은 없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등 주요 참석자들은 모두 '타 부처와의 소통, 여당과 야당의 협치가 중요하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디폴트옵션 상품 구성 변경이나 가입률 제고 방안 등 세부적 퇴직연금 개혁안이 도출된 것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은 실무 전문가들과 전체적인 방향만 논의했고 구체적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한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물론 이유는 그럴싸했다. 스웨덴·독일 등 구조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은 긴 호흡으로 퇴직연금 제도를 개선해 나갔다는 주장이다. 안 의원은 "공적연금의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모두 완료한 나라들은 아무리 짧아도 10년, 20년이 걸렸다"며 "그런 측면에서 장기적 방향성에 관해 각 부처가 공감한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굉장히 모순적으로 들렸다. 장기적으로 일을 진행하겠다는 건 각계 의견을 깊이 있게 수렴하겠다는 뜻이기도 한데, 벌써 퇴직연금 도입 방법론에 대한 금융투자업계 불만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민연금공단을 100인 초과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사업자로 참여시킨다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해당 법안이 시행된다면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기금까지 운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금투업계는 법안 발의 단계부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국민연금이 퇴직연금까지 운용하게 되면 시장 개입이 만연해진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퇴직금의 총합만 해도 1500조원"이라며 "시장 실패도 아닌 상황에서 거대한 공공 자금이 유입되면, 주식 시장이 국민연금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객 자산의 위험성이 커진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행 제도는 근로자의 노후 자금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이원화돼 있다"며 "두 자금 전부 동일 기관에 위탁 운영하면 위험 분산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연금특위 소속 의원들은 한 의원의 발의안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박수영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연금 수익률이 퇴직금 운용 수익률보다 훨씬 높다"며 안 의원은 "한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찬성하고, 이를 개별 사업장에 적용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투업계가 강조한 위험 집중·시장 교란에 대한 언급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수익률에만 집중한 모습이었다. 국민의힘 연금특위와 금투업계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엄연히 금투업계도 퇴직연금 개혁을 향한 여정에서의 플레이어다. 장기적으로 유망한 금융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퇴직금 등 국민의 목돈을 성장시킨다. 이번 논의에서 금투업계 입장이 빠진 것이 아쉬운 이유다.
박 위원장의 말마따나 구조개혁을 위해 필요한 기간이 최소 10년이라면, 야당과 정부의 협조만 강구하지 말고 금투업계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길 바란다. 시간 여유가 있을수록 차분히, 그리고 확실하게 일을 처리하는 덕목이 필요하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