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의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대표발의에 관심 집중
퇴직연금 기금형 전환…국민연금에 퇴직연금 사업자 지위 부여
업계 반발에 "중요한 것은 수익률 제고…'사업자 누구냐' 아니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금융업권에서 국민연금공단의 퇴직연금 시장 진출 가능성에 부정적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해당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중요한 것은 퇴직연금의 효과적인 수익률 제고 방법이지, 사업자가 누구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민연금공단에 100인 초과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 지위를 부여 등을 골자로 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 2건을 대표발의했다.
올해로 20년째 퇴직연금 사업을 맡아온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업권은 대혼란에 빠졌다. 국민연금공단의 시장 진출로 가입자 대거 이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개혁] 글싣는 순서
1. 금융사 전문성 있나…퇴직연금 5년 연 수익률 '2.35%' 그쳐
2. 증권사 퇴직연금 상품수의 절반…'현물이전제'에 은행들 난리
3. 국민연금 운용에 금융권 '패닉'…"원리금 보장상품 규제 풀어야"
4. 국민의힘 '연금개혁 부처 협의체' 추진
5. 국민연금, 퇴직연금시장 진출 '물꼬'…고용부 '난감' vs 국민연금 '표정관리'
6. 여당, 국민연금 운용에 '긍정적'…금융업계 "연기금, 자본시장 장악" 우려
7. 野 "국민연금은 '메기효과'…수익률 개선 선택지일 뿐"
8. 퇴직연금에 '투자성향진단' 족쇄 풀어야
◆ "퇴직연금, 낮은 수익률·가입률 등 제도 취지 무색" 비판
한정애 의원의 개정안은 저조한 수익률, 낮은 가입률 등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퇴직연금을 명실상부한 국민 노후 소득 보장 장치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취지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핌DB] |
실제 퇴직연금 제도는 2005년 도입됐지만 지난해 말 기준 도입률 26.8%, 연금 수령률 10.4%에 불과하다. 형편없는 수익률도 문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2.35%에 그친다. 10년으로 확대하면 2.07%로 더 낮아진다. 최근 5년간 국민연금 연평균 수익률(6.86%)과 세 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한정애 의원실 관계자는 "퇴직연금 도입 이후 20년간 수익률, 가입률 등을 보면 퇴직연금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퇴직연금 가입자와 금융사 간 정보 비대칭성이 높고, 같은 금융사여도 개인마다 수익률이 다르다"면서 "금융사는 가입 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받으니 굳이 수익률을 안 높여도 (금융사 수익이) 보장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은행·증권·보험, '메기' 국민연금과의 경쟁...수익률 제고 기대
이에 개정안을 통해 국민연금공단을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로 참여토록 해 퇴직연금 운용시장의 메기가 돼 은행, 보험, 증권 등 현재 사업자에게도 동기를 부여하는 이른바 '메기 효과'를 노리겠다는 의도다. 이 과정에서 수익률 개선, 수수료 인하 등 가입자에게도 긍정적인 결과를 줄 것이란 기대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공단을 100인 초과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 지위를 부여하도록 했다. 국민연금공단이 퇴직연금을 유치해 운용·관리할 수 있게된다. 이와 함께 현재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퇴직연금제도(푸른씨앗)'를 '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로 개편해 가입 대상 중소기업의 규모를 현행 '30명 이하'에서 '100명 이하'로 확대 개편했다.
100인 이상 사업장은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100인 이하 사업장은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퇴직연금을 기금화하게 된다. 이를 통해 공격적으로 운용, 수익률 제고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금융업권은 이에 '사적연금' 시장에 공공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이 기금형 사업자로 참여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의 법정 의무이지, 개인연금이 아니다"면서 "법적으로 의무화하면서, 개인 적금식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게 문제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는 1년 이상 계속 근로한 근로자에게 퇴직금(퇴직연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사용자에게 납부 의무를 부과하는 사실상 국민연금과 비슷한 '준(準) 공적연금'이란 의미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누가 사업자냐'가 아닌 '어떤 방식이 가입자들의 수익률을 효과적으로 제고시킬 수 있는가'"라면서 "국민연금공단의 참여는 가입자들에게 '선택지'를 넓혀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정애, 퇴직연금제도 도입 의무화·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 입법
금융업권의 파장은 상당하지만 이번 퇴직연금 개정안은 한 의원이 법안 발의일 뿐이다. 발의된 법안중 소관 상임위,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되는 비율은 낮다. 대부분이 여야 합의 실패 또는 흐지부지 되다 자동 폐기된다. 이런 가운데 금융업권이 이번 개정안을 주목하는 건 한 의원의 전문성, 과거 관련 입법 성과 등이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민의힘에서 한 의원의 이번 개정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위원장은 지난 12일 연금개혁 정책간담회에서 "국민연금 수익률이 그 어떤 공적 연금보다도 수익률이 높다", "재정이 커지게 되면, 수익률이 장점이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한 의원은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보건복지위원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20대 국회에서 퇴직연금제도 도입 의무화와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 등을 입법 시켰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조금 더 발전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상시 100명 이하 사업장에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야 합의를 통해 30명으로 수정 통과됐다. 이번 개정안은 이를 '100명 이하'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또 노사가 합의 시 1만명 이상이면 기금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번 개정안은 국민연금공단이 기금 사업자로 참여토록 했다.
한정애 의원은 "기금화 도입 등 수익률 제고를 통한 퇴직연금 활성화를 통해 퇴직연금제도가 다층 노후소득 보장 체계 속에서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법, 제도적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