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NYT 분석 "헤즈볼라 군사적 역량 그대로, 접경지 공방도 달라지지 않아"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 무선호출기의 동시다발적 폭발 공격이 이스라엘의 첩보와 기술적 역량은 과시했지만 전략적 측면에서 어떤 성공도 거둔 것이 없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헤즈볼라의 군사적 능력을 파괴하지도 못했고, 이스라엘·레바논 접경 지역의 전세에도 전혀 영향이 없으며, 접경 지역의 이스라엘 피란민을 집으로 돌려보낸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스라엘·레바논 접경 지역에서는 호출기 폭발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에도 양측이 예전과 크게 변동이 없는 수준의 미사일과 포격 공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이 지난 2023년 10월 2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군사 전문가들은 헤즈볼라 호출기에 대한 공격은 전술적 차원에서는 성공적이었지만 전략적으로는 명확한 영향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에 결정적 타격을 가한 것도 아니고 레바논에 대한 전면적 침공을 위한 선제 작전으로서의 의미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에 있는 국제대테러연구소의 미리 아이신 연구원은 "이번 폭발은 놀라운 전술적 사건"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때문에 헤즈볼라는 조직원 한 명도 (최전선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격이 단기적이고 즉흥적으로 실행된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전략에 따른 것인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전면전 개시 때 선제 공격용으로 준비를 했지만 최근 헤즈볼라가 호출기 이상을 눈치채는 기미가 보이자 당장 폭발을 실행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정교하고 대담한 공격에 당황해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몇 주 내에 지금보다 더 온순한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스라엘 군사정보국장을 지낸 아모스 야들린 소장은 "이번 작전의 목표는 헤즈볼라가 합의에 나서지 않고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계속한다면 매우 큰 대가를 치를 것이란 점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 내각과 정치권에서는 헤즈볼라에 대해 더욱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크게 힘을 얻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는 지난 16일 안보 내각 밤샘회의를 열고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대피한 이스라엘 북부 주민의 귀환을 이번 전쟁의 공식 목표에 추가했다. 지금까지는 하마스의 궤멸과 인질 귀환 등이 목표였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 행동만이 이 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