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스라엘이 대(對)이란 재보복 공격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은 이스라엘이 사전 통보 없이 '서프라이즈'(surprise·깜짝) 공격을 가할까 우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과 만나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계획 세부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갈란트 국방부 장관의 8일 출국이 갑작스레 취소됐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왼쪽)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 국방부는 갈란트 장관의 방문 취소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워싱턴포스트(WP)가 취재한 익명의 이스라엘 관리 말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그의 출국을 막았다.
자세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전쟁 휴전과 인도주의 문제 등을 놓고 갈란트 장관과 줄곧 대립해 왔다.
WP 소식통은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하고, 내각 회의에서 대이란 공격 표결이 통과한 후" 갈란트 장관의 출국을 허용할 방침이다.
실제로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약 30분 동안 전화 회담을 했다. 두 사람은 이스라엘-이란 갈등을 포함해 헤즈볼라, 하마스(가자 전쟁)에 대해 논의했다.
CNN 등은 두 정상이 이스라엘의 대이란 보복 계획에 대해 논의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이스라엘이 아직 미국에 대이란 보복 계획을 알리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스라엘이 사전 통보 없이 이란을 '깜짝' 공격할 가능성에 초조하다.
이스라엘이 지난달 27일 공습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폭사시켰을 때도 미국에 공격 계획을 통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수의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갈란트 장관은 오스틴 장관과 통화로 나스랄라 사살 작전을 마쳤다고 알렸고, 이를 들은 오스틴 장관은 "잠시만, 방금 뭐라고 말했느냐?"며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오스틴 장관은 갈란트 장관에게 이스라엘이 "홀로" 자국을 방어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단 전언이다.
이스라엘의 사전 통보는 유사시 미국이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중동에 배치된 미 병력과 군사자산 보호를 위해 대비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날 바이든과 네타냐후 두 정상이 통화에서 대이란 공격 계획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세부 내용까지 공유했을 순 없다는 전언이다.
한 이스라엘 관리는 "전화로는 논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며 양국 국방장관들이 대면해야 논의할 수 있는 사항들이라고 말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