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 유통상가에 매장 둬 온라인 판매 조건 우회
대기업 유명 브랜드 할인 판매…당초 취지 무색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전통시장과 지역 상점가의 활성화를 위해 발행하는 '온누리 상품권'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온라인 가전제품 쇼핑몰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장철민(더불어민주당·대전 동구) 의원이 분석한 현황에 따르면, 온누리 상품권에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통신 판매의 허점을 이용해 전통시장과 무관한 업체·물품들이 온누리 상품권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이를 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사례를 보면 최근 신설된 온누리 상품권 온라인몰인 A몰은 온누리 상품권을 쓸 수 있는 가전제품 전문 쇼핑몰임을 내세우고 있다. 해당 쇼핑몰은 온누리 상품권을 이용해 삼성·LG·다이슨 등 대기업 고가 제품을 시중보다 10% 이상 싸게 구입할 수 있고, 40%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다며 광고하고 있다. 특히 추석 전후로 정부가 온누리 상품권 15% 할인을 진행하자 이에 맞춰 더욱 적극적인 홍보를 펼쳤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인턴기자 = 16일 오후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 온누리상품권 이용을 독려하는 입간판이 설치되어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그동안 온누리상품권 이용이 불가능했지만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되면서 온누리상품권 취급이 가능해졌다. 2023.08.16 choipix16@newspim.com |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A몰의 운영 방식이다. A몰을 운영하는 업체는 원래 컴퓨터 주변기기 등을 유통하는 A사로 온누리 상품권 가맹점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업체는 영등포 유통상가에 A커머스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를 새로 냈다. 온누리 상품권 온라인 결제를 위해서는 전통시장 또는 등록 상점가에 소재해야 하는데, 유통상가 내 따로 매장을 둬 해당 조건을 우회한 것이다.
A몰은 이렇게 온누리 상품권으로 등록한 후 가전제품을 전문적으로 유통했다. 본래 취급하던 본사의 컴퓨터 주변기기 외에도 온누리 상품권 가맹점 등록이 불가능한 유명 브랜드의 가전제품도 중개 유통했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인기 헤어 드라이어의 경우, 판매자로 A커머스와 해당 제품의 한국 총판이 병기돼 있다. 하지만 실제 CS 전화와 담당자 이메일은 한국 총판사였다. A커머스는 실질적으로 이름만 빌려준 것이다.
현재 온라인에서 온누리 상품권 사용이 가능한 곳은 총 16곳으로 집계됐다. 다른 쇼핑몰에서도 전통시장 상인의 식품류를 주로 취급하면서 가전제품 등의 유통도 일부 병행하고 있었다. 올해 8월 기준 온라인으로 유통된 온누리 상품권 금액은 약 4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전담 기관인 소진공은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소진공은 가맹점이 아닌 업체는 사업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현장 점검 없이 업체로부터 형식적인 자료만 제출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묻는 장철민 의원실에 소진공은 "전산상 문제없다"고 답변했다.
장철민 의원은 "온누리상품권 시장에는 편법과 꼼수가 난무하고 있다. 직접적인 유통정보가 없는 의원실에서도 검색만으로 수상한 정황이 발견되고, 심지어 대표적인 온누리상품권 어플인 비플페이에 온라인 가전제품 구입이 가능하다는 광고가 뜬다"며 "윤석열 표 민생정책이라고 자랑하기 위해 부정사용을 일부러 방치하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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