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열고 지난 2020년 국경 충돌 이후 냉각됐던 양국 관계를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이 공식 회담을 가진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만 5년 만이다.
두 정상은 지난 22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열리고 있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별도의 양자 회담을 열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두 아시아 강대국 간에 잠재적 해빙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3일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열리고 있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기간 중 양자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4.10.23. ihjang67@newspim.com |
시 주석과 모디 총리는 이날 반갑게 악수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이어갔다.
시 주석은 "중국과 인도가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갈등과 차이를 해소하며, 발전에 대한 서로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국영방송 CCTV가 보도했다.
이에 대해 모디 총리는 "국경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양국 관계의) 최우선 과제"라며 "상호 신뢰와 존중, 감수성이 두 나라 관계의 기초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또 "지난 4년간 제기됐던 문제에 대한 합의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3440㎞에 걸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인도는 지난 수십년 동안 주로 갈등과 긴장 관계를 유지했다. 슈미르와 아루나찰 프라데시 등 접경 지역 곳곳에서 영유권을 놓고 부딪쳤다. 1962년에는 전쟁까지 벌였다.
지난 2020년 6월에는 히말라야 라다크 갈완 계곡에서 양국군이 충돌해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욱 경색됐다. 이후 양국은 접경 지역에 수만 명의 병력과 무기를 배치해 대치 국면을 이어갔다. 상대국을 오가는 직항 항공편을 없애고 비자 발급도 사실상 중단했다.
하지만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두 나라는 화해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지난 21일 양국은 접경 지역에서 군사적 대치 상황을 푸는데 합의했다. 병력을 철수하고, 실질통제선(LAC)을 따라 군사 순찰을 실시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 같은 합의가 나온지 이틀만에 이뤄진 것이다.
한편 시 주석과 모디 총리가 공식적인 양자 회담을 가진 것은 지난 2019년 10월 인도 남부 도시 마말라푸람에서 열렸던 회담 이후 정확히 5년 만이다.
이후 두 정상은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와 작년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에서 만난 적은 있지만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는 수준에 그쳤다.
로이터 통신은 "인도가 국경 교착 상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을 조건으로 중국과 광범위한 정치적·경제적 관계 개선에 나섰다"면서 "두 정상간 회담을 계기로 인도에 대한 중국의 더 많은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