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1·2호기, 2025년·2026년 수명 만료 앞둬
한수원, 계속운전 위해 원자력안전법 등 위반
김정호 의원 "초법적 행태 즉각 중단해야" 지적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노후 원전인 한빛 1·2호기의 수명 연장을 위해 각종 현행법령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정호(더불어민주당·경남 김해시을) 의원은 24일 산업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한빛 1·2호기는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수명이 만료되는데, 한수원이 이를 연장하기 위한 노후원전 계속운전 절차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원자력안전법과 방사성 영향평가 등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호 의원은 법령 위반 사례를 네 가지로 제시했다. 먼저 최신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제38조 위반에 관한 내용이다. 해당 법령은 수명만료 원전을 계속 운전하기 위해서는 안전에 관해 최신 기술을 적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한수원은 미국 NRC(원자력규제위원회) 환경표준심사지침인 NUREG을 쓰고 있는데, 최신 규정은 1997년에 개정된 NUREG-1555임에도 45년이나 된 1979년의 NUREG-0555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NUREG 1555 중대사고와 한빛 1·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비교 [자료=김정호 의원실] 2024.10.24 rang@newspim.com |
두 번째는 NUREG-1555에 따라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7등급 중대사고 기준을 써야 하지만, 이보다 훨씬 못 미치는 설계기준사고 기준을 적용했다는 사실이다. 7등급 중대사고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미국의 Surry 원전의 경우 냉각재 상실 사고 시 방출되는 방사선 유효선량이 8만~14만5000밀리시버트(mSv) 수준이다. 한빛 1·2호기는 30.3~33mSv로 평가해 0.004% 수준에 불과하다. 사고 영향이 과소평가됐다는 의미다.
이어 김정호 의원은 주민의견수렴 절차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 진술권이 묵살됐는데, 이는 원자력안전법 제103조 위반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은 한빛 원전 비상대피구역 안에 위치한 함평·고창·영광·부안군청 등에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제출했는데,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내용 부실을 이유로 보완을 요청했으나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민보호대책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빠졌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초안에서는 이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없다는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김정호 의원은 주민보호대책을 모르는데 주민들이 어떻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겠냐며 이는 주민보호대책을 포함해야 한다는 방사선영향평가 규정 제5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수원은 이런 지적 사항에도 불구하고 한빛 원전에 대한 주민 공청회를 강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수원은 지난해에도 건설변경허가절차 전에 공사를 진행해 과징금 36억원을 받은 바 있다. 월성 1호기 수명연장 때는 허가가 나지 않았는데 설비를 교체해 법원으로부터 위법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이날 김정호 의원은 한수원의 위법 행위가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산중위 결의로 특별 감사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김정호 의원은 "한수원은 선발주, 자의적 사전시공, 승인 전 설비교체 등 거의 무법지대나 다름없는 행태를 벌이고 있다"며 "'원전 마피아'라는 지적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초법적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절차에 맞게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에너지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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