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진 이어지는 가운데 3분기 고배 마셔
김상준 "글로벌화" 외쳤지만 아직 효과 없어
업계 "애경, 중화권 의존 비율 너무 높아…60% 이상"
애경산업 "日·美서 브랜드 작업중…인지도 높여나갈 것"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애경산업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3.2%나 내려앉으며 고배를 마셨다. 화장품 제조업계의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중화권과 그 외 국가 모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서구권(미주,EMEA) 매출이 고성장하며 중화권 매출 하락을 보완한 아모레퍼시픽과 대비되는 행보다.
업계에서는 올해 성장동력으로 '글로벌화'를 꼽은 김상준 애경산업 대표의 행보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애경산업이 글로벌 진출을 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고, 이미 서구권에서의 매출이 현실화되고 있어 한발 늦었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애경산업 CI. [사진=애경산업 제공] |
◆ 영업익 53% 감소…중국 영향에 실적 '휘청휘청'
11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의 올해 3분기 화장품 부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2% 줄어든 570억원에 그쳤다. 영업익은 53.2% 감소한 39억원이었다.
애경산업은 실적 부진 이유에 대해 "중국 수요 부진 및 마케팅비 확대로 수익성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은 지난달 애경산업 3분기 실적을 전망하며 "일본 수출, 국내 디지털 성과 등은 견조했으나 화장품 매출 내 중국 기여도가 과반을 넘어서다 보니(약 60% 수준), 전사적으로 중국 부진의 역풍을 크게 맞았다"고 평가했다.
타사와 달리 애경산업이 해외 국가별 매출을 발표하고 있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당장 서구권 실적이 중화권 매출 감소를 보완하며 '글로벌 리밸런싱'을 보여주는 아모레퍼시픽과 비교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분기 코스알엑스 인수 효과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를 넘어선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애경산업의 중화권 의존 비율이 여전히 너무 높다고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지도를 쌓으려면 브랜딩이든 마케팅이든 뒷받침이 돼야 하는 데 시기적으로 (애경산업은) 미국 진출에 늦은 감이 있다"면서 "인디 브랜드가 뜨고 있고, 힙하게 젊은 마케팅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지금 진출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초 화장품 제조업에서 '탈중국'은 중국의 경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꼽혔다. 그러나 생각보다 중국 부진이 길게 이어지고, 이에 따라 기업의 경영 성과에 악영향이 길어지자 점차 탈중국을 넘어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이 제조업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 김상준 대표 어깨 무거워…'글로벌 전문가' 효과는 언제
김상준 애경산업 대표이사 전무.[사진=애경그룹] |
지난해 임원 인사를 통해 외부에서 대표로 선임된 김상준 애경산업 대표 또한 '글로벌화'를 내내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글로벌 화장품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지난해 초 애경산업 CFO가 된 지 1년만에 CEO 자리에 올랐다. 다만 아직까지 뚜렷한 실적 개선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앞으로의 애경산업 실적은 추후 글로벌 판로 확대 성과에 달렸다. 애경산업이 현재 중국 외 두드러지는 성과를 보이는 시장은 일본이다. 애경산업 루나는 오프라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일본 시장 특성에 맞춰 지난 2021년부터 오프라인 매장에 적극 진출해 올해 6월 기준 4600여개 매장으로 입점을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채널 확장에 나서고 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중국 매출은 상반기까지 증가세를 보이다 이번 분기부터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면서 "애경산업은 중국 외 일본과 미국에서도 영업망을 확보해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딩(브랜드 이미지·핵심 키워드를 만드는) 작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고, 미국형 제품을 출시하는 등 소비자 인지도를 높여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