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는 의무사용, '교육자료는' 학교장 재량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내년 3월부터 학생들이 사용할 AI 디지털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두고 정치권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여당은 정부 발표대로 교과서로 봐야 한다고 하지만, 야당은 소프트웨어에 교과서 지위를 부여하는 게 부적절하다며 교육자료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법적으로 교과서 지위를 얻을 시 학교에서 의무로 사용해야 하지만, 교육자료로 여겨진다면 학교장 재량에 따라 활용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지난 9월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 프로토타입 시연수업에서 한 학생이 문제를 풀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사단법인 한국교과서협회와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발행 예정사들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AI 디지털교과서는 교과용 도서의 지위가 유지돼야 한다"라며 "지위가 확보돼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은 1과목당 최소 20억 이상이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자료로 여겨진다면 시장확보가 불확실해져 출판사들이 개발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이 같은 반발은 앞서 고민정·문정복 민주당 의원이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규정한다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데 따른 것이다.
문 의원은 지난 5일 관련 개정안에서 "헌법상 교육제도 법률주의 원칙에 비춰 볼 때 입법자의 명시적 위임 없이 일종의 소프트웨어에 교과서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현행 법률에서 교과용 도서의 정의와 그 범위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직접 규정하지 않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는 지적"이라고 했다.
고 의원은 지난 9월 27일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후에 학교 현장에 도입될 수 있도록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려 한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법률상 문제시 될 수 있는 점을, 고 의원은 충분한 논의의 필요성을 짚은 것이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자료로 전환될 경우 수요 예측과 확보가 불확실해져 개발에 따른 손실을 발행사들이 감당해야 한다며 교과서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8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AI 디지털교과서는 현재 대통령령에 '지능정보화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로 정의되고 있으나, 정책의 지속성, 안정성 그리고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법률에 그 근거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I 디지털교과서 정의가 포함된 교과용 도서의 정의를 상향해 법률에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AI 디지털 교과서의 법적 지위가 이미 확보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 10월 교육부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 정의에 포함했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내년 3월부터 초3·4, 중1, 고1의 수학·영어·정보 교과목에 우선 도입된다. 2028년까지 국어, 기술·가정, 사회, 과학 교과목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