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 위해 비상계엄 선포"
여야 만장일치 반대, 한동훈도 "국민과 함께 막겠다"
군, 국회 본청 진입 상황 속 본회의 처리, 190인 만장일치 가결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10시 30분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후 2시간 30분 만에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됐다.
윤 대통령은 밤 10시 30분에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통해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4.12.04 photo@newspim.com |
계엄 선포 이유로는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와 국가 예산 삭감 문제를 들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국회에 대해 "자유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국회를 몰아세우며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됐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국회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계엄 해제는 예고된 것이었다. 민주당은 오후 10시 50분경 국회를 소집했고, 여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밤 11시경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으로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비상계엄이 선포된 4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에 군 병력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2024.12.04 leehs@newspim.com |
한 대표는 "즉각 국회 차원에서 계엄 해제를 요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게도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밤 10시 50분경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국회가 비상계엄을 해제해야 하는데 군대를 동원해 국회의원을 체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며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이 도와달라. 국회로 와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을 배반했다"라며 "지금 이 순간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이후 국회의원들과 시민들이 국회로 몰리면서 일대 혼잡이 일어났다. 국회의원과 보좌진, 기자들이 한때 국회를 방호하는 경찰 측의 통제로 국회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지만 이내 정문이 열렸다.
4일 0시가 되자 상황이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무장한 군 병력이 국회 본관 진입을 시도하고, 출입인원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회 직원들과 보좌진들은 의자와 국회 집기 등으로 바리케이트를 쌓고 강하게 저항했다.
이윽고 군은 국회 본청의 창문을 깨고 진입을 시도했다. 직원과 보좌진들은 소화기를 뿌리고 저지선을 옮기는 등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국회 본회의 [사진=뉴스핌DB] |
더불어민주당 등 각 정당은 국회로 모여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의견을 모은 이후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 들어갔다. 다만 국민의힘은 의원총회 장소를 최초 당사로 했다가 국회로 바꾸는 과정에서 혼선이 생겨 적지 않은 의원들이 당사로 모였다.
의결에 필요한 국회의원 150인의 참여가 확인되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4일 0시 40분경 국회 본회의 개최를 선언했다. 그러나 군인들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는 긴급한 상황에도 의결은 지연됐다.
결국 국회는 4일 오전 1시 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인원 190인, 찬성 190인의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비상계엄이 선고된지 약 2시간 30분 만이었다. 이에 국회 본청에 진입한 군이 철수하기 시작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자 "국회 의결에 따라 대통령은 즉시 비상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라며 "이제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고 선언했다.
이윽고 우 의장은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앞으로 계엄 해제 요구 통지를 했음을 밝히며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2시간 30분 간의 폭풍같은 계엄 정국이 일단락되는 순간이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