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2030 세대 참여한 축제 분위기 시위
과거 419 혁명에서 평화적 시위 진행했듯
효능감 얻으면서 점차 발전해와
향후 시민사회로 퍼져나갈 듯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16만명.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 모인 인원이다.(경찰 추산) 지난 2016년 열린 첫번째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에서는 1만2000명이 목소리를 냈는데, 이번 집회와는 13배 차이나는 수치다.
인원뿐 아니라 집회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이날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집회 참가자들은 콘서트장 관객처럼 K팝을 열창하는가 하면 아이돌 응원 도구를 흔들기도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은 케이팝이 국가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한 시대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한 20대가 시위 현장에 나왔으니 양상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첨언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투표 참여를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2024.12.07 choipix16@newspim.com |
해외에서도 축제 분위기의 시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태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2008년 탁신 반대세력이 주도한 '옐로셔츠' 운동은 축제 분위기로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한국과 규모를 비교할 만한 비폭력 시위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최항섭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전세계 들어서 폭력적인 시위가 주를 이루는데 한국은 진보한 시민 의식을 토대로 시위를 벌여 주목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주도하는 평화적인 시위는 한국에서 뿌리깊은 역사를 갖고 있다. 1960년 4·19혁명, 1987년 6월 민주항쟁 등 시민들이 참여해 정권을 교체한 선례가 있을 뿐더러, 우리에게는 익숙한 '촛불 시위'도 2000년대 초반 태동했다. 2003년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하면서 광장에 나온 촛불은 이후 광우병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 퇴진 집회를 거치면서 집회의 상징이 됐다.
이 과정에서 효능감을 얻으면서 시위 문화는 차츰 발전해왔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시위를 하면서 참가자들은 뭔가를 이룰 수 있다는 성취감을 얻었다. 시민들이 방관자거나 순종적으로 권력에 눌려 있는 게 아니라, 권력에 맞서거나 아니면 손보려고 하는 행동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집회 역시 시민사회 전체로 빠르게 퍼질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응원봉 문화가 20-30대 일반인들이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주요한 증거로 본다. 최 교수는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는 상황에서 어느 집단이 시위를 먼저 시작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특정한 정치 세력이 주도하면 동력을 못 얻지만, 지금은 20-30대 청년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6·10항쟁에서 시민들을 막았던 경찰들이 오히려 시위대에 동조했듯, 그런 차원으로 번질 수 있다"며 "과거와는 달리 폭력을 완전히 배제한 상태에서 소프트파워를 통해 군이나 대통령 권력을 무너뜨리는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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