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점, 공실률 높아지자 경매시장서도 외면
유동인구 많은 강남3구도 11월 낙찰률 '제로'
가계소비 악화에 상가시장 불투명성 확대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내수부진에 상가 공실률이 역대 최대치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경매시장에서 상가 매물의 낙찰률이 악화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경기둔화 등으로 가계소비가 줄면서 문을 닫는 점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대내외 여건 악화로 상가의 공실 리스크(위험성)가 당분간 확산할 전망이어서 실물 거래시장뿐 아니라 경매시장에서도 찬바람이 불 것으로 관측된다.
◆ 공실 리스크 확산에 강남3구 낙찰률 '제로'
11일 대한민국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상가의 경매 낙찰률은 8.9%로 전달(12.6%) 대비 3.7%포인트(p) 하락했다.
연초 10% 안팎이던 상가 낙찰률은 6월 이후 10% 중반으로 개선됐고 8월에는 26.8%까지 상승했다. 이후 하락 반전한 낙찰률은 11월에는 올해 하반기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반포구 반포동 일대 역세권 일대 상가 모습. 1층과 2층 공실로 새로운 임차인을 찾고 있다. [사진=이동훈기자] |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아 투자수요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상가도 외면을 받는 실정이다. 지난달 서초구 소재 상가는 48건의 매물이 경매에 나왔으나 모두 유찰됐다. 강남구와 송파구도 각각 2건, 1건이 경매에 부쳐졌으나 낙찰률 '제로'를 기록했다. 비싼 임대료를 버티지 못해 폐점한 상가가 늘어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했고, 정부의 대출규제 이후 자금마련이 만만치 않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낙찰가율은 60.7%를 기록했다. 감정평가액 10억원짜리 상가의 평균 낙찰금액이 6억 700만원이란 얘기다. 이는 전달 71.5% 대비 10.8%p 하락한 수치다.
낙찰가율은 통상 경매 참여자가 많고 투자 기대감이 클 때 높게 나타난다. 투자수요가 줄어 낙찰 경쟁률이 낮아졌다면 굳이 비싼 금액을 제시해 매물을 손에 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달 경기도 상가의 낙찰률은 17.0%로 전달 22.8%와 비교해 5.8%p 하락했다. 지난 8월 이후 석 달 만에 가장 낮은 낙찰률이다. 인천 상가의 낙찰률은 10.5%로 두 달 연속 '제로'에서 소폭 반등했다. 하지만 7월과 8월 각각 33.3%, 40.0%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진한 결과다.
◆ 폐점 및 공실률 악화...상가시장 위축 불가피
내부부진으로 소비심리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상가시장이 당분간 침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매가격은 향후 가치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되지만 일반적으로 임대수익률을 기반으로 책정된다. 공실 위험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투자 리스크 또한 높아진다.
최근 점포 폐업 수가 증가하고 공실률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폐업한 외식업체는 6290곳으로 폐업률이 4.2%이다. 폐업률은 코로나 때 직격탄을 맞았던 1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2분기 6.9%에서 올해 2분기에는 8.0%로 치솟았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3%가 넘는다. 10곳 중 한 곳 이상이 빈 상가인 셈이다. 일정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고 빌려주는 '렌트프리' 등을 감안하면 실제 공실률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리얼 앤 인베스트먼트 김주호 실장은 "상가 공실이 발생하면 임대 수익 감소뿐 아니라 금융이자, 관리비 등으로 손실도 생겨 상가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가계소비가 위축된 데다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하고 있어 경매시장에서 상가 낙찰률은 당분간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