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싸이월드가 또다시 '부활'을 선언했다. 이번이 세 번째 시도다. 싸이월드는 한때 국내 회원 3000만 명을 돌파하며 플랫폼 사업의 정점에 올랐던 기업이다. 그러나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고,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시장 대응 실패와 '헛발질'은 지금의 인공지능(AI)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
기술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해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점에서 싸이월드는 배울 점이 많은 교과서 같은 사례다. 시계를 약 25년 전으로 돌려, 싸이월드의 성장과 쇠락의 과정을 천천히 짚어보자.
싸이월드는 1999년 이동형 대표와 그의 대학원 동기 5명이 공동으로 설립한 대한민국의 1세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이들은 '사이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비전 아래, 사람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플랫폼을 개발했다. 초기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사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계기가 찾아왔다.
당시 프리챌이 유료화를 선언하며 사용자들이 대거 이탈했고, 그 상당수가 싸이월드로 유입됐다. 사업을 하다 보면 경쟁자의 실수가 기회의 창을 열어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싸이월드는 이 기회를 그럭저럭 잘 살렸다. 그러나 운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는 없다. 싸이월드는 갑작스럽게 늘어난 사용자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며 운영상의 문제를 곧 드러냈다.
우여곡절 끝에 싸이월드는 2003년 SK그룹에 피인수되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전통적인 대기업이 당시 플랫폼 사업에 투자한 것은 과감하고 선구적인 결정이었다. SK그룹의 안정적인 인프라 덕분에 싸이월드는 빠르게 성장했고, 국내 1위 SNS로 자리 잡았다. 특히 SK의 메신저 서비스 '네이트온'과의 시너지 효과가 강력할 것으로 기대됐다. 네이트온은 당시 MSN 메신저와 함께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고, 싸이월드와의 통합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했다.
문제는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시작됐다. 카카오톡과 같은 무료 메신저가 등장하며 기존의 유료 문자 시장을 잠식했고, SK는 자사 계열사(SKT)의 유료 문자 사업과 네이트온 모바일 버전 간의 자기잠식(Cannibalization)을 우려했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사업자 환경이 전광석화처럼 변하고 있는 시점에 마치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은 치명적이었다. 네이트온은 모바일 전환에 실패하며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잃었고, 카카오톡이 메신저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위너(Winner)의 시장 장악은 지금까지 견고하게 이어오고 있다.
네이트온뿐만 아니라 싸이월드 역시 스마트폰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PC 중심의 플랫폼을 단순히 모바일로 옮겨오는 수준에 머물렀고, 유저 인터페이스(UI, User Interface)는 다른 모바일 중심 사업자들에 비해 형편없었다. 일본과 미국 등 해외에 진출했지만 한국 싸이월드와의 연동이 되지 않는 전략적 오류를 범했다. 미국 싸이월드에 가입한 친구와 한국 싸이월드에 가입한 친구가 만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글로벌 전략이었다.
2011년 싸이월드는 대규모 해킹 사고를 겪으며 치명타를 입었다. 사용자 정보 유출이라는 대형 사고는 이미 흔들리던 싸이월드의 입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이후 사업자가 바뀌면서 두 차례의 부활 시도가 있었지만 제대로 사업을 펼치기도 전에 좌초됐다.
이번에는 게임 회사 출신의 함영철 대표가 싸이월드의 부활을 주도하고 있다.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적절한 수익모델을 찾고, 롱런(long run)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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