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상품 16.4% vs 고가 상품 5.6% 가격 상승…2020년 1월~2023년 9월
원자재가 상승에 직격, 소득 줄어든 소비자 저가 상품으로 지출 전환 영향
[서울=뉴스핌] 온종훈 선임기자 =우리나라에서도 팬데믹 이후 저가 상품의 가격이 고가 상품에 비해 더 크게 상승하는 '칩플레이션'(cheapflation)이 발생해 취약 계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는 '인플레이션 불평등'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18일 'BOK 이슈노트'에서 대한상공회의소의 스캐너 데이터를 활용해 2020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누적 상승률을 구해보면, 같은 품목 중 1분위 저가 상품 가격 상승률이 16.4%인 데 비해 4분위 고가 상품 가격 상승률은 5.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한국은행] 2024.12.18 ojh1111@newspim.com |
스캐너 데이터는 상의가 3000여개 조사대상 판매점들의 주별·상품별 판매기록을 저장한 데이터로서 이번 조사에서는 팬데믹 이후 기간 중 특히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였고 전체 스캐너 데이터 매출액에서도 70% 이상을 차지하는 가공식품만을 대상으로 했다.
한은은 팬데믹 이전에는 분위 간 상승률의 격차가 미미했으나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기에는 저가-고가 상품 간 상승률 격차가 크게 확대되는 칩플레이션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줄어들기 시작한 2023년부터 디스인플레이션 기간에는 이전 기간 크게 올랐던 1분위 상품의 가격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둔화되면서 상승률 격차가 줄었다.
이 보고서는 국내의 칩플레이션 발생원인을 공급요인에서 수입 원자재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소비자들이 저렴한 상품으로의 지출 전환한 수요요인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저가 상품의 경우 제조 단계에서 투입비용을 낮추기 위해 국내산보다 수입원자재 등을 많이 글로벌 공급망 사태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판매가격에 전가되면서 칩플레이션을 발생시켰다. 저가상품은 또 마진이 작아 비용충격의 흡수력이 상대적으로 낮다.
수요측면에서는 고인플레이션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가계가 더 싼 상품을 구매하거나 같은 상품이더라도 더 싸게 판매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소비행태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칩플레이션은 가계 소득계층 간 실효물가의 격차를 벌림으로써 인플레이션 불평등(inflation inequality)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2019년 4분기 부터 2023 3분기 중 하위 20% 저소득층 실효 물가의 누적 상승률 13.0%로 상위 20% 고소득층 11.7%에 비해 1.3% 포인트(p) 높게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저 소득층이 더 고통받는 칩플레이션은 물가급등기에 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통화정책은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하고 정부정책에서는 해외공급 충격을 완충하기 위한 할당관세나, 가격급등 품목에 대한 할인지원 시 중·저가 상품에 선별 지원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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