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 자문 대가' 주장…법원 "객관적 증거 없어"
"금품 받기 위한 형식적 계약…관행 경위 참작"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현직 때 관내 업체들과 무더기로 고문계약을 맺고 퇴직 후 고문료 명목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세무서장들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 종로세무서장 A씨와 B씨에게 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 로고. [사진=뉴스핌DB] |
A씨와 B씨는 각각 종로세무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9~2020년 관내 업체들과 고문계약을 체결하고, 퇴직 후 1년간 고문료 명목으로 매월 55만원에서 220만원을 지급받은 혐의로 지난해 2월 기소됐다.
A씨는 업체 57곳, B씨는 47곳으로부터 고문료를 수수했으며 A씨와 고문계약이 끝난 일부 업체는 바로 B씨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세무 자문계약에 따른 정당한 용역 대가로 받은 것으로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3호의 정당한 권원에 의해 제공된 금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고문계약을 체결한 업체가 지나치게 많아 정상적인 자문이 이뤄지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피고인들이 세무 자문을 해줬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자료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각 업체와 체결한 계약은 고문료 명목의 금원을 수수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체결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공직자의 공정한 업무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며 "지급받기로 약속한 금원이 각 1억5000만원이 넘는 거액이고 수수한 금원이 반환되지도 않았으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30년 이상 공직자로 성실히 근무한 점, 퇴직 예정이던 세무서장을 도와주기 위한 고문계약 관행에 따라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아무런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