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관세 한 달 유예로 상승폭 제한
OPEC+, 4월 1일부터 감산 점진적 해제 계획 예정대로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투자자들의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3일(현지시간) 금 가격이 역대 최고로 올랐다. 캐나다산 에너지 수입 관세 결정으로 유가도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4월물은 트로이 온스(1ozt=31.10g)당 전장보다 0.8% 상승한 2857.10달러에 마감됐다. 금 현물은 장중 2830.49달러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한국시간 기준 4일 오전 3시 45분 기준 0.8% 오른 2818.9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주말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달러가 강세를 보였는데, 하이릿지퓨처스 금속거래 담당이사 데이비드 미거는 대개 달러 강세는 금 가격에 부담이지만 안전 자산 수요가 워낙 강해 금 가격이 랠리를 펼쳤다고 설명했다.
이날 멕시코가 북부 국경에 1만 명 방위군을 배치해 펜타닐 유입을 통제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멕시코에는 25% 관세 부과를 1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멕시코 관세 유예 소식 후 금 값은 상승분을 다소 축소했다.
다만 TD증권 원자재전략 대표 바트 멀렉은 시장이 무역 전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만약 장기간 지속되면 금 가격이 앞으로 더 높게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도 관세 우려 속에 상승했다.
원유 채굴 장비 [사진=블룸버그] |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물은 전장보다 배럴당 63센트(0.9%) 오른 73.16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국제 벤치마크 브렌트유 4월물은 29센트(0.4%) 상승한 75.96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부과를 발표하면서 캐나다산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10%의 관세를 적용했다. 다만 전에 없던 10% 관세 부과로 미국 내 원유 수급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유가를 밀어 올렸다.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미국은 원유 수입의 52%를 캐나다에 의존했고, 11%는 멕시코로부터 들여왔다.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 아마프릿 싱은 "캐나다산 에너지 수입 관세가 멕시코산 에너지보다 미국에 더 큰 차질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목표로 하는 에너지 비용 인하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ING 상품 전략가 워렌 패터슨과 이와 맨데이도 보고서에서 "이론적으로 관세는 미국 정유사들의 원유 가격 상승을 뜻하며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수요 전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는 유가 상승폭을 제한한 요인이었다.
허밍버드캐피탈 매니징파트너 매트 폴리악은 관세가 "경제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유가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는 이날 화상 회의에서 오는 4월 1일부터 자발적 감산의 점진적 해제를 시작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재확인했다. OPEC+의 감산 해제는 당초 지난해 4분기에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유가 약세로 수차례 연기됐다.
에너지 전문가 아나스 알하지는 일각에서 OPEC+가 원유 생산을 늘리라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과거에도 산유국들이 트럼프 요청을 무시한 전례가 있다면서 "결국엔 재고 감소와 글로벌 석유 수요 증가라는 두 조건이 충족돼야만 OPEC+가 예정대로 자발적 감산 해제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