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요르단 국왕 정상회담
"가자지구는 매입이 아니라, 美가 갖는 것"...원조 내세워 이주민 수용 압박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가자지구를 미국이 인수, 개발할 것이며 이 지역 주민들은 요르단과 이집트 등에서 이주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정상 회담을 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답하면서 가자지구를 "미국의 권한 아래 둘 것"이라면서 "우리는 (가자지구를) 매입할 이유가 없다.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가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가자지구에 호텔, 사무실 빌딩, 주택 등을 건설할 계획이라면서 가자지구 개발을 통해 중동 지역에 평화와 일자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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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자지구 거주민 강제 이주 문제와 관련해선, "요르단과 이집트의 일부 지역과 그 외 다른 곳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설명했다.
그는 "우리(미국)는 요르단과 이집트에 많은 자금을 원조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협박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 수준을 뛰어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미국의 원조를 무기로, 요르단과 이집트 등 주변 국가들에게 미국의 가자지구 개발로 이주하게 되는 주민들을 받아들일 것을 노골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압둘라 2세 국왕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개발 구상에 대해 "나는 우리가 이집트와 아랍 국가들의 계획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집트 등이 내놓을 계획을 "지켜보자"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또 요르단은 가자지구 어린이 환자 2,000명을 데려올 것이라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아름다운 일"이라고 반겼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개최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를 미국이 인수해 해안 휴양 도시로 개발하고, 주민들은 인근 아랍 국가로 강제 이주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지난 10일 방송된 폭스뉴스 앵커 브렛 베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개발한 뒤에도 가자지구에서 쫓겨난 주민들이 복귀할 권리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