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 주요국의 증시가 11일(현지시간) 일제히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향해 동시다발적으로 터뜨리고 있는 관세 폭탄의 파괴력과 각국의 대응 양상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상승 탄력은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만 주요 섹터별로는 관세 전쟁에서 받는 충격이 다르게 나타나는 양상이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이날 전장보다 1.26포인트(0.23%) 오른 547.18로 장을 마쳤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 지수는 최근 10거래일 중 8거래일 동안 '상승'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총 29거래일 중에서 상승세를 기록한 날은 20거래일에 달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126.09포인트(0.58%) 상승한 2만2037.83에,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9.59포인트(0.11%) 오른 8777.39로 마감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22.68포인트(0.28%) 뛴 8028.90으로,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339.88포인트(0.91%) 오른 3만7582.05에 마감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66.00포인트(0.52%) 상승한 1만2774.80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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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증권거래소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외신들은 유럽 증시가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 시대의 도래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상승 발걸음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미 CNBC는 "유럽 시장에선 투자자들이 트럼프의 관세 부과 장면을 목도하면서도 이를 소화해내며 긍정적인 모멘텀을 계속 유지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11~12일 상호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로이터 통신은 "불확실한 글로벌 무역 환경에도 불구하고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의 행보가 협상 전술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유럽 시장) 투자자들은 기업 실적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캐피털닷컴(Capital.com)의 수석 시장 분석가인 다니엘라 하손은 "시장은 유럽연합(EU)이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보고 있다"면서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보았듯이 트럼프가 관세를 발표했다고 해서 전면적으로 시행되거나 트럼프가 말한 수준으로 집행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EU에 대한 부당한 관세는 답변 없이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유럽은) 확고하고 비례적인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은 12일 발표될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와 13일 공개되는 생산자물가지수 지표를 기다리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고용시장이 탄탄하고 비록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추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주요 섹터 중에선 은행(+1.4%)과 명품(+1.1%)이 전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이브생로랑과 구찌, 발렌시아가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의 명품 그룹 케링은 4분기 매출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2% 줄어든 43억9000만 유로에 그쳤지만 시장의 예측치 42억9000만 유로를 웃돌면서 1.31% 상승했다.
반면 여행(-2.3%)과 기초자원(-1.9%) 섹터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유럽 최대 여행사인 투이(TUI)는 소비자들의 예약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고 발표한 뒤 10.8% 급락했고, 루프트한자·이지젯·위즈에어 등 항공사들도 1.2~3.9% 하락했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다국적 기업 아르셀로미탈(-1.9%)과 오스트리아 업체 보에스탈파인(-0.9%)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