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삼청동이 망가졌다. 높은 빌딩과 한옥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동네에 경찰 기동대가 차벽을 쌓았다. 평소 좋아했던 이곳이 태극기와 성조기 물결로 뒤덮인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기일이 열리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헌법재판소를 중심으로 삼청동 일대는 특정 지지층과 경찰 병력이 뒤섞여 인산인해를 이룬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첫 현장을 챙기기 위해 안국역에 도착했을 때 경찰은 시민들의 통행을 저지하고 있었다. 헌재 쪽 방향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기자 출입증 혹은 신분증을 제시해야만 했다. 인파를 뚫고 몇몇의 경찰들에게 본인이 기자임을 증명한 뒤에야 가까스로 헌재 정문에 들어설 수 있었다. 유명 빵집과 카페, 맛집들이 즐비한 삼청동 그 거리엔 평소 붐비던 관광객과 시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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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영 사회부 기자 |
서울 도심이 주말 평일 할 것 없이 어지럽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가 있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온 나라가 겪은 혼란을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그 값은 얼마일까.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경제적 비용만 해도 천문학적이다. 지난 연말, 주식시장은 코스피 4.0%p, 코스닥은 1.8%p 하락했으며 이에 따른 시가총액 감소는 약 100조원에 달했다.
대통령의 체포 과정부터 탄핵심판 과정에 소모된 수많은 공권력, 계엄 사태로 올스톱 된 입법과 행정, 광장에 모인 극단적 지지층의 대립과 분열, 사법부를 향한 폭동과 근거 없는 불신. 이 모든 현상을 원상복구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까. 헌정 사상 두 번의 탄핵 정국을 맞은 우리 사회가 훼손된 민주주의 가치를 회복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두고 온라인 상에서 신상 털기가 이어졌다. 모친상 부고를 보고 연락처를 알아냈다며 '문자 테러' 인증글이 커뮤니티에 게시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 법조인은 기자에게 "계엄과 탄핵이 불러온 분열이 이토록 참담하다"고 털어놨다. 우리가 오늘날 마주해야 할 본질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됐는지, 그 위반의 정도가 얼마나 중대한지 여부다.
사법부에 대한 맹목적 비난과 불신은 작금의 위기를 심화할 뿐이다. 이념에 치우친 정보들이 아닌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한 공론장이 형성돼야 할 때다. 깨어있는 시민의식으로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볼 때, 우리는 비로소 한 단계 성장한 민주사회를 맞이할 수 있다.
seo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