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매출 10조원 넘어도 4분기 손실 200억원
글로벌 전장 시장 성장, 2030년 4680억 달러 전망
프리미엄 부품 판매 수요 견조…영업익 개선 가능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LG전자가 미래 핵심 사업으로 점찍은 전장사업이 2년 연속 매출 10조원을 넘어섰지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탓에 실속은 못 챙겼다. 트럼프 2기와 맞물려 캐즘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여전히 견고한 만큼 LG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을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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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마그나 헝가리 공장의 조감도. [사진=LG마그나] |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에서 전장(차량용 전기·전자 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의 지난해 매출은 10조6205억원이다. 2년 연속 매출 10조를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분기 말에 이를수록 실적이 악화했다. 지난해 1분기에 5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2분기에는 817억까지 치솟았지만, 3분기 11억원으로 뒷걸음질 친 이후 4분기에는 200억원의 영업손실까지 기록했다.
가장 큰 원인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인 것으로 풀이된다. 완성차 수요 둔화로 인한 자동차 업계 구조조정에서 시작된 캐즘이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향후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보조금 축소‧폐지를 주장하고 있어서 캐즘이 예상보다 길게 갈 수 있어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관세는 25%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LG전자 역시 지난달 열린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관세 리스크가 캐즘에 영향을 미쳐 기존 전망 대비 약화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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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진=뉴스핌DB] |
하지만 LG전자는 캐즘에도 수익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장 사업은 LG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분야인 만큼 공격적인 실적 개선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조주완 사장은 지난해 "2030년까지 글로벌 전장 부품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LG전자 전장사업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VS사업본부), 전기차 파워트레인(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 시스템(ZKW) 등 3대 핵심사업의 고른 성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전장 시장 전망도 좋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장 시장은 지난해 2600억달러(한화 약 380조원) 수준에서 오는 2030년 4680억 달러(한화 약 680조원) 가량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거래선 다변화를 기반으로 사업 전략을 펼친다면 캐즘에도 수익 개선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프리미엄 부품 납품으로 영업이익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LG전자 VS사업본부의 호실적이 가능했던 것도 메르세데스-벤츠 등 완성차 업체에 들어가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캐즘에도 완성차 업계에서 프리미엄 전장부품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고 설명했다.
LG는 합작법인(JV)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중심으로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고객사 다변화와 프리미엄 수요를 동시에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LG마그나는 2023년 하반기부터 멕시코 공장에서 부품 양산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적용되는 구동모터와 인버터 등을 생산한다. 미국·캐나다와 지리적으로 인접한 데다 GM을 비롯한 북미 완성차 업체의 부품사 공장도 밀집했기 때문에 고객사 수요에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북미 시장 거점으로 물량 확대 추진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실제 매출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매출 비중은 20%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5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VS사업본부의 인포테인먼트와 자회사 ZKW의 조명시스템의 경우 전기차뿐만 아니라 내연기관에도 납품하고 있기 때문에 캐즘에서도 실적 개선이 가능한 요소가 있다"며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한 수익 개선은 이미 증명된 만큼 향후 전장사업 주도권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