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루엘마곡HQ, 도시형생활주택→아파트 용도변경까지 했지만
흥행 참패로 분양 개시 8개월 만에 공매 선택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56위에 이름을 올린 일성건설이 서울 강서구에 분양한 아파트가 미분양을 이유로 대거 공매에 넘겨졌다. 자체 주택 브랜드 '트루엘'(TRUEL)을 앞세웠으나 높은 분양가와 가라앉은 주택 업황 등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보인다.
![]() |
서울 강서구 '더트루엘마곡HQ' 정면 투시도. [사진=일성건설] |
7일 온비드에 따르면 오는 21일부터 서울시 강서구 공항동 '더트루엘마곡에이치큐(HQ)' 142가구와 근린생활시설 8개실, 업무시설 20개실의 공매가 개별 매각 방식으로 진행된다.
더트루엘마곡에이치큐는 아파트 148가구와 근린생활시설 8개실, 업무시설 20개실로 구성된 주상복합이다. 지난해 8월 1순위 청약신청을 받으며 분양시장에 출사표를 내밀었으나, 아파트 6가구만 분양됐고 상가와 오피스는 임차사를 하나도 구하지 못한 상태다.
1순위 일반 청약경쟁률은 12.2대 1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으나 이탈한 당첨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전용 48㎡ 기준 평균 분양가가 7억1000만원으로 평형 대비 가격이 높았다는 평가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송정역과 도보 1분이면 닿는 초역세권 입지이나, 마곡 생활권이나 김포공항까지는 애매한 거리라는 것도 단점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임의공급을 진행했지 유의미한 성과가 나지 않았다.
이 단지는 2022년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먼저 분양했으나 저조한 경쟁률로 인해 사업이 좌초된 바 있다. 도시형생활주택이란 서민과 1~2인 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주택 유형 중 하나로 전용 85㎡ 이하, 300가구 미만 공동주택 형태를 갖춘다. 주택 건설이나 부대시설 건립 기준이 완화되고 청약 자격, 재당첨 제한 등의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당시에도 청약 미달이 되진 않았지만, 거실과 침실 1개로 구성된 전용 48㎡ 주택이 9억원 넘는 가격에 분양되며 당첨자 다수가 실제 계약을 하지 않았다. 시행사인 KB부동산신탁은 결국 분양을 포기하고 아파트로의 용도변경을 추진, 강서구청으로부터 사업계획 변경승인을 받아 분양가 등을 조정했다.
준공 후 미분양 상태가 장기화되며 금융비용이 커지자 신탁사 측이 최대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통매각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채권자 입장에선 공매에 넘겨 어느 정도 투입한 자금을 보전하는 게 최선"이라며 "다만 공매를 거쳐 유찰될수록 감가 폭이 크기에 손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시공사인 일성건설은 지난해부터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은 5003억원으로 전년 동기(6077억원)보다 17.7%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43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575억원이다.
건축 부문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으로 원가율이 오르며 지난해부터 급격한 유동성 부족 문제를 겪기 시작했다. 부채비율은 454.4%로 전년(227.3%) 대비 2배가량 뛰었다. 기업의 단기적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유동비율은 90.4%를 기록했다. 유동비율이 100%보다 낮다는 것은 1년 내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 부채보다 적다는 의미다.
이주원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높아진 원가부담 등 수익성 저하로 인한 현금창출력 약화로 열위한 재무구조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진행 중인 주택 도급사업 분양률이 미흡해 원활한 공사대금 회수 여부에 따라 우발 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성건설 관계자는 "사업지 규모나 분양성 파악을 통해 매 사업 진행시 분양률 극대화와 이익 최대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지 전용 48㎡ 1차 공매가격은 분양가보다 약간 높은 9억원으로 설정됐다. 총 6회까지 진행되며, 낙찰자가 없어 유찰될수록 최저입찰가가 낮아지는 구조다. 전용 48㎡ 매물이 계속 유찰된다고 가정하면 6회차 매각가는 5억9310만원으로 3억원가량 빠진다.
chulsoofriend@newspim.com